[확대경] 김성근 코치 취임…달라진 LG

중앙일보

입력

17일 사직구장에 나타난 LG 선수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전날 부임한 김성근 수석코치가 취임 첫 조치로 '투수진 전원대기' 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광은 감독에게서 무너진 LG 마운드 운용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은 김수석코치는 "선발.중간계투.마무리는 새로 판을 짤 계획" 이라고 짤막하게 설명했다.

전날 부산에 도착한 김수석코치는 이광은 감독과 독대했다. 이 자리에서 이감독은 "헝클어진 투수진의 회생을 위해 모든 것을 맡아달라" 며 깍듯이 선배 예우를 했다.

김수석코치는 이날 선발투수 장문석이 2회말 롯데 호세에게 1점 홈런을 맞은 뒤 후속 타자들에게 볼넷과 2루타를 거푸 허용하자 곧바로 마운드에 올라 선수를 다독거려 위기를 넘겼다.

장문석이 1 - 1로 팽팽하던 6회말 선두타자 호세를 볼넷으로 내보내자 이번엔 즉시 공을 빼앗아 유택현으로 과감하게 교체, 실점없이 위기를 넘겼다. 롯데의 후속 타자가 오른손 타자 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좌완 유택현의 기용은 왼손 타자에게 왼손 투수만을 고집하던 지난 경기와는 다른 패턴이었다.

경기를 이긴 뒤 김수석코치는 "기술 없는 프로가 어디 있나. 문제는 정신력" 이라고 말했다. 쌍방울 감독과 OB.해태의 코치를 지낸 역전노장의 '정신력 제일주의' 가 드러난 한마디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