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 노조, 민주노총 탈퇴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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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의 노동조합 집행부(지부장·수석부지부장·사무국장)가 29일 밤 전원 사퇴했다. “무리하게 불법 파업을 했다”는 조합원들의 반발에 밀려서다. 일부 만도 조합원은 민주노총 산하가 아닌 새로운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써 노조의 전면파업과 회사의 직장폐쇄로 극한 대립을 보였던 만도의 노사 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집행부 사퇴는 29일 오전 만도 노조 4개 지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평택지회(852명)와 문막지회(878명)의 지회장이 물러난 데서부터 촉발됐다. 오진수 평택지회장과 김일수 문막지회장은 이날 사퇴 성명서에서 “(지부장이) 오만과 독선으로 노동조합을 운영하는 등 비정상적인 일방통행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무리하게 집단행동에 들어가 회사 측에 단체교섭이 불법이라는 명분을 제공했으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조합원의 피해로 돌아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난이 이어지자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인 김창한 만도 지부장과 집행부는 결국 29일 밤 물러났다.

 다음 날인 30일 만도 노조원 7명은 고용노동부에 새 노조인 ‘만도 노동조합(가칭)’ 설립 신고서를 접수했다. 익명을 원한 새 노조 관계자는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과 같은 상급 단체가 없는 노조로 출범할 계획”이라며 “이미 상당수 조합원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속노조 산하 전임 노조가 조합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쟁점에 주력하는 모습에 조합원들이 돌아섰다”면서 “고용 안정, 복지 개선과 같은 문제를 해결해 줄 새 노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오진수 평택지회장과 김일수 문막지회장도 새 노조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도 노조원 2200명 가운데 1700명이 평택·문막지회 소속이다.

 만도 노사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하면서 제3의 회사인 ‘깁스코리아’ 인수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깁스코리아는 1999년 만도 문막공장의 주조 부문을 떼어 설립한 업체다. 경영난을 겪다가 올 5월 최종 파산했다. 그러자 만도 노조는 임금·단체협상에서 깁스코리아 인수까지 요구했다. 노조 깁스코리아 지회가 만도 노조 산하에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회사는 노사협상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며 이 같은 노조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자 노조는 지난달 14일부터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는 집단행동을 시작했고, 27일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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