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 풍미한 인물들에게 배우는 한국 현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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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요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죽으며 매스컴에서 온통 ‘한국 현대사의∼’로 시작하는 문구를 내보낸 탓이다. 역사에 관심은 있지만 학술적인 얘기는 부담스럽다면 박정희·김구 등 친숙한 사람들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주말 저녁 황금같은 시간, 리(李)의 집 TV 채널은 ‘왕건’에 고정되어 있다. 평소에는 ‘리모콘 쟁탈전’에 영 관심이 없는 리의 아버지. 하지만 유독 ‘왕건’에는 약한 모습이다. ‘용의 눈물’ ‘허준’에서 요즘의 ‘왕건’까지 사극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하기야 리의 아버지 같은 사람까지 TV 앞에 잡아 놓는 출중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으니 방송사들이 탐을 낼 만하다.

지금은 고인이 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즐겨 보았다던 조선왕조 5백년이란 프로그램을 리 역시 본 기억이 있다. 그 뒤로 장희빈 같은 것은 두세 번 더 본 기억이 있다. 왕건이야 처음 보는 후삼국 시대 얘기라 좀 신선한 맛이 있지만, 조선시대를 다루는 사극이야 이제 질릴 때도 된 것 같은데 계속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허준’의 영향 때문인지 요즘은 특정 ‘인물’을 조명하는 것으로 분위기가 조금 바뀐 것 같기는 하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사극을 만드는 사람들이야말로 상상력이 뛰어나다. 방송사 측에서는 새로운 사극을 시작할 때마다 ‘전문가의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고 말하는데, 리에게는 ‘전문가들이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했다’는 말로 들릴 뿐이다.

왕에 대한 것이야 실록이라도 있다지만-물론 리는 ‘실록’이란 것이 어떤 모양인지 구경해본 적도 없다-일반인들에 대한 기록이야 남아있는 것도 거의 없을 터. 옷이나 소품 같은 경우에는 그림 몇 개 남은 게 고작일텐데 수십 수백 분 분량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싫으면 안보면 그만인 것을 리가 사극에 대해 괜한 사설을 늘어놓는 것은, 요즘 뜬금없이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선은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죽으며 신문·방송에서 온통 ‘한국 현대사의 ∼’로 시작하는 거창한 문구를 내보낸 탓이다. 한국 현대사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리는 요즘 라디오에서 ‘격동 50’년이라는 정치 드라마를 듣게 됐는데, 처음에는 그저 ‘정치 얘기로군’ 했던 것이 요즘은 매일 시간을 기다려보는 정도가 됐다. 고작 몇 년 전 얘기인데도 ‘그때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할 정도로 마냥 새롭다.

이런 이유로 리는 요즘 부쩍 ‘역사’와 관련한 것에 눈길이 자주 간다. 딱딱하고 어려운 학술적인 얘기야 여전히 부담스럽지만 박정희·김구 등 익숙한 사람들부터 시작하는 것은 흥미진진하다.

김구

백범 김구 선생을 기리는 웹사이트로는 ‘백범 김구 기념사업협회’(http://www.kimkoo.or.kr) ‘광주 전남 백범 김구선생 기념사업협회’(http://www.kimgu.or.kr)와 ‘꽃이 있는 한사랑’(http://myhome.shinbiro.com/∼hansrang)을 들 수 있다. 백범 김구 기념사업협회 사이트는 김구 선생의 생애와 백범일지, 관련 연구서, 기념관 사업 관련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생애 부문에는 연보와 사상, 모친인 곽낙원 여사에 관한 글, 사진·영상 자료 등이 실려 있다. 암살에 관한 사건 일지와 살인범 공판기, 배후설에 관한 글들이 정리되어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백범일지 전문을 읽을 수 있는데, 특별히 어린이용으로 편집해놓은 것도 있다. 웅진닷컴에서 출판된 ‘김구’(신경림 지음·차정인 그림)를 그림과 함께 PDF 파일로 올려놓았다. 지난 해 6월 기공식을 가진 ‘백범 김구 기념관’ 건립 기금 모금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

꽃이 있는 한사랑은 스스로를 386세대라고 밝힌 네티즌의 개인 홈페이지로 김구 선생뿐 아니라 함석헌·장준하·문익환·계훈제 등 민주화운동 관련 인사들에 관한 정보를 모았다. 신문·잡지 기사나 기념 사업회에 실린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기념 사업회에서 보는 것보다 한결 따뜻한 느낌이다. 홈페이지 주인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인 듯.

박정희

워낙 공과에 대한 논란이 많은 인물이라 웹에서 정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뉴페이지 정용희 대표가 만든 ‘박정희 대통령 인터넷 기념관’(http://www.516.co.kr), 중앙일보에 연재하던 기사를 모아놓은 ‘실록 박정희 시대’(http://redjin.x-y.net), 박정희 대통령 전자도서관(http://www.joins.com/special/parkjunghi)이 대표적인 사이트. ‘박정희 대통령 인터넷 기념관’을 만든 정용희 대표는 ‘일류 국가로 도약하려면 박정희를 알아야 한다’며 사재를 털어 자료를 모으고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했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일생, 숨겨진 일화, 육필원고, 우표로 보는 박대통령 18년 등의 콘텐츠가 갖춰져 있으며 테마여행 ‘박정희를 찾아서’ 코너에는 구미 생가와 하숙집 등 생전에 박 대통령이 거쳐간 곳을 동영상으로 담아놓았다. 그야말로 박정희 대통령 ‘마니아’들을 위한 공간이다. 방문객들이 참여하는 토론 코너도 있는데, 3월에는 ‘과연 산업화가 먼저인가 민주화가 먼저인가?’를 주제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전자도서관(http://www.parkchunghee.or.kr)은 (재)박정희 대통령 육영수여사 기념사업회에서 지난 해 9월 문을 연 사이트로, 4천4백 건의 신문기사, 1만 건에 이르는 사진 등 방대한 자료를 자랑한다.

반면, ‘우리는 박정희 영웅화 작업에 반대합니다.우리는 박정희 기념관 사업에 반대합니다’라는 문구를 내세우는 노골적인 안티 사이트도 여럿이다. 박정희 기념관 건립 반대 서명을 받고 있는 ‘엔지오 코리아’(http://www.ngokorea.org), ‘박정희 기념관 반대 국민연대’(http://anti516.jinbo.net),‘안티 박정희’(http://my.netian.com/∼anti516) 가 대표적이다. 안티 사이트에는 일본군 장교 시절 박대통령의 사진이 단골 메뉴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홈페이지가 개설된 대통령은 박정희·이승만 대통령 정도. 이승만 대통령의 경우 ‘이화장’(http://www.rheesyngman.co.kr) 사이트가 있다. 이밖에 전두환·노태우·김영삼 등 다른 대통령에 대해서는 청와대 홈페이지 역대 대통령 코너(http://www.cwd.go.kr)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문익환

지금이야 북한에 다녀왔다는 것이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10년만 거슬러 올라가봐도 대단한 ‘사건’이었다. 문익환 목사를 ‘배우 문성근의 아버지’ 정도로 기억하는 한심한 리에게도 89년 문목사의 방북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을 정도.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http://www.moon.or.kr)는 기념 사업 외에도 통일과 관련한 교육·출판 등의 사업을 주로 펼치는 곳이다. 물론 문익환 목사에 대한 여러가지 자료도 얻을 수 있다. 늦봄 코너를 클릭하면, 가족 소개·걸어온 길·통일합의문·연설/대담 자료·옥중 서신·사진자료 등이 있다. 볼만한 자료는 연설/대담 코너에 있는 민주구국선언(76년), 방북성명서(89년) 등이고, 투옥되었을 때 부인과 어머니 등에게 쓴 옥중 서신. 통일에 관한 글이 대부분이라 인간적인 면모를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다.

전태일

청계 피복 노동자 전태일이 분신한 것이 70년 11월. 벌써 30년이 넘었다. 사후 30년이 지났지만, 전태일은 여전히 ‘젊은 청년’의 이미지로 살아 있다. 전태일기념사업회(http://www.juntaeil.com) 사이트에는 전태일의 삶과 죽음에 관한 다양한 자료들을 소개하고 있다.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 8천 명이 넘는 국민 모금 형식으로 제작되어 전국에서 80만의 관객을 모았던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등 익숙한 내용과 일기장, 만화 등 전태일의 삶을 소재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이밖에도 전태일 문학상·전태일 노동상 등 기념사업회에서 주관하는 각종 기념 행사에 관한 취지와 역대 수상작의 면면도 살필 수 있다.

전태일기념사업회 사이트에서는 지난 해 30주기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평화시장 표지석 설치 및 전태일거리(청계천 3가∼8가) 명칭 개정추진 서명’이 계속되고 있다.

리의 웹 유람을 따라 나섰다가 새삼스레 역사에 관심이 생긴 분들께 드리는 선물 하나. 역사 공부를 위한 사이트들을 찾고 있다면, ‘역사마을’(http://www.jinsoran.pe.kr)의 링크 코너를 참고하면 좋다. 19세기 우리나라에 관한 사진 자료를 얻고 싶다면 ‘노점’(http://www.nojum.co.kr)을 권한다. 사진 연구가 정성일씨가 20여년간 모아온 사진 자료들이 정리되어 있는데, 충격적인 위안부 사진부터 서울의 옛모습, 풍속 등에 관한 사진은 다른 곳에서는 찾기 힘든 보물 같은 자료들이다.

이소영 기자 (sogano@joongang.co.kr)
자료제공 : i-Weekly(http://www.i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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