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IT인력의 '코리안 드림'[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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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0일, 인천 국제공항 개항 이틀째 날.

“나마스떼!”(안녕하세요). 공항 입국장에서 말쑥한 차림의 인도 청년 3명이 마중 나온 한 국내 벤처기업 관계자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국내 정보기술(IT) 전문 인력난 속에 인도 IT 인력 전문 도입업체인 쓰리핸드(대표 오성환)의 주선으로 국내 원자력 관련 연구소와 인터넷 벤처기업에 취업을 지원해 선발된 인도 출신 전문 IT 기술자들이다. 이들은 특히, 산업자원부가 도입한 골드카드제 실시 이후, 처음으로 들어오는 인도 IT 전문인력들이다.

이날 입국한 나지브 마할리크(28)씨는 인도의 보팔공대를 졸업한 뒤 5년간 프로그래머 경력이 있는 자바 기술 및 네트워킹 전문가. 서울의 인터넷장비 및 셋톱박스 업체인 아태인공위성에 취업이 돼 한국땅을 밟게 됐다. 그는 “한국은 매우 발전되고 아름다운 나라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첫날부터 베풀어준 세심한 배려에 매우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IT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며 항상 최선을 다할 각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함께 들어온 라제시 아그라왈씨와 수닐 와르케씨는 모두 26세 동갑이다. 각각 REC루켈라 공대와 뭄바이대학을 나와 3∼4년간 자바 전문 프로그래머로 일했던 재원들이다. 이들 둘은 대덕밸리의 원자력 소프트웨어 및 전자상거래 솔루션 업체인 BNF테크놀러지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를 찾는 인도인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전문인력이 부족한 우리 IT업계에 실무 경험이 풍부한 인도 IT 인력의 수혈작전이 본격화 된 것이다.

지난 2월에는 유니텔도 부족한 IT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인도 IT 인력 3명을 현지에서 직접 선발했다. 2월 유니텔에 합류한 카말 나얀(24)씨는 인도의 라마이애 공과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현재 유니텔에서 인터넷을 통한 요금지불 시스템을 보다 간편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IT분야에서 한국이 선도 역할을 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한국인과 함께 배우고 싶어 왔다”고 했다. 카말씨와 함께 일하는 같은 인도 동료인 바디야나단 사티야나라얀(25)씨와 무투 크리시난(25)씨는 각각 유니텔의 핵심사업인 인터넷 네트워크 기술 개발과 새로운 전자상거래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일하는 정광률 유니텔 유니빌 소프트팀 과장은 “일단 적극적이고 자기가 갖고 있는 솔루션, 즉 개발방법론에 대해서 상당히 깊이 이해하고 있어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국내업체에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인도의 전문 프로그래머들이 속속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현재 인도 IT 인력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업체는 다국적기업으로 인터넷 뱅킹 솔루션 및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오원(http://www.o-one.com)이다.

현재 5명의 인도 인력이 포진하고 있다. 한 때는 20명 정도까지 근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원은 국내 업체와 달리 다국적 기업으로서 현지 인도 기술자들을 순회 근무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오원에서 1년 반째 근무하고 있다는 브리제시(27)씨는 일본에서도 3년 정도 근무했다. 현재의 조건에 만족한다는 그는 “주말이면 한국의 아름다운 산을 즐겨 찾는다”며 특히 “지리산 여행이 인상적이었다”고 들려줬다.

벤처기업 아이누리에서 지난 달부터 근무한다는 자야쿠마 자니키라마(28)씨는 “인도에는 인터넷 분야에 기회가 많지 않다”며 한국에 와서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돼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유효석 아리누리 개발팀장은 인도 인력 채용에 대해 “아직까지 인건비가 국내 인력에 비해 저렴한데다 IT기술 구사 능력이 매우 우수하다”며 고급인력을 저렴하게 쓸 수 있다는 이점에서는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했다. 유팀장은 아이누리의 이문호 사장이 자야쿠마씨를 자신의 집에 데리고 살 정도로 그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 국내 중소 벤처업체들에 근무하고 있는 인도 IT 인력들은 약 50여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99년 5명에 이어 지난 해 46명에 그쳤던 외국인 IT인력은 지난 해 말부터 실시된 골드카드제에 힘입어 올해는 3백명에서 2천명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관련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들의 상당수는 인도인들이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인도 출신 IT 기술자들이 국내 벤처 및 인터넷 기업으로부터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첫째, 국내 인력보다 뛰어난 기술력과 풍부한 실무 경험이다.

그들은 대부분 인도에 들어와 있는 미국업체에 근무를 통해 기술력과 실무 경험을 검증받은 것이다. 둘째는 국내보다 30% 정도 싼 인건비다. 현재 2∼3년차 국내 인력의 경우 2천5백만원에서 3천만원 정도지만 이들 인도 인력은 2천만원 안팎이다. 그리고 해외인력과 교류를 통한 국제화 기반 마련 등이다.

자료제공 : i-Weekly(http://www.i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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