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극 '그 여자네 집' 요즘 세태 풍자

중앙일보

입력

요즘 사회에서 결혼만큼 속물적인 제도가 있을까. 학벌.외모.집안 등을 내세워 마치 시장에서 사고 파는 상품처럼 배우자의 값을 매기고 비교하곤 한다.

MBC가 '엄마야 누나야' 후속으로 28일 첫 방송하는 '그 여자네 집' (연출 박종.극본 김정수.밤 7시55분) 에도 이런 세태가 가득 담겨있다. 서로 처지가 다른 두 집안이 자녀의 결혼을 두고 벌이는 온갖 흥정에 관한 드라마다. 주무대는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커리어 우먼 영욱(김남주.사진) 과 건설회사의 지방현장에서 일하는 태주(차인표) 의 집. 둘은 한 동네에 살고 있다.

영욱은 무역회사 이사인 아버지(박근형) 와 자녀 교육이라면 사죽을 못쓰고 살아온 엄마(이효춘) 를 두고 있다. 반면 태주의 아버지(심양홍) 는 동네에서 장씨 아저씨로 불리는 가전품 수리센터 주인. 기본 구도만 놓고 봐도 영욱과 태주의 결혼을 둘러싸고 두 집안에 바람 잘 날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영욱도 흥정하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평소에 부모님 위신을 세워줄 남자를 찾아야겠다고 다짐을 해왔다. 그런데 결혼은 엉뚱하게도 태주와 한다. 오랜 동안 교제했던 태주와 끝내야겠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조건보다 정에 이끌린 것. 반면 예상대로 결혼 생활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서울로 유학와 영욱의 집에서 살고 있는 영채(김현주) 와 고아 출신의 준희(이서진) 가 벌이는 로맨스도 주요 에피소드다. 발랄한 여대생과 전자회사 애프터 서비스맨이란 구도가 영욱.태주 커플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여기에 태주의 삼촌(박상면) 과 이혼녀 정선생(이하현) 의 사랑, 태주의 동생 태희(허영란) 와 카센터 직원 홍남이(윤태영) 의 러브 스토리가 추가된다.

이처럼 '그 여자네 집' 은 결혼을 둘러싼 집안.계층간의 갈등, 그리고 부모.자식간의 불화를 중심축으로 한다. 제작진은 "결혼에도 계산 없이 아름다운 사랑이 가능함을 보여주겠다" 며 "주변 가족들의 정서적 반응도 순도 높게 보여줄 것" 이라고 설명했다.

세태 풍자와 극적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포석이다. 일단 연출자와 작가의 이력에는 기대를 걸어볼 만 하다. 박종 PD는 '한 지붕 세 가족' ,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등에서, 김정수 작가는 '전원일기' , '엄마의 바다' 등에서 일상의 자잘한 측면을 수준 있게 빚어내는 솜씨를 보여줬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