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브스쿨, 학습지 장사 손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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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인터넷 업계를 돌아보자. 커뮤니티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이러브스쿨, 프리챌, 세이클럽 등 커뮤니티 사이트들의 약진은 눈이 부셨다. 특히 신드롬이라고까지 불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아이러브스쿨은 최고의 ‘히트’ 사이트로 평가받았다.
한창 주가 좋던 시절, 매각설이 나돌 때 아이러브스쿨의 인수가격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었다. 5백억원에서 1천억원은 거뜬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불과 몇개월이 지난 지금 이 사이트에 대해 그런 생각을 가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회원 수도 늘만큼 늘었고 찾을 만한 사람도 다 찾았다.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다는 뼈아픈 평가를 받아야 했다. 단기간에 수 백만의 회원을 끌어모으는 위력을 가졌으면서도 생존할 만한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다는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 대부분의 커뮤니티 사이트의 현 주소다. 광고를 주 수익모델로 삼았지만 지금 시장은 침체해있다. 대부분 큰 폭 적자를 기록했다. 이 커뮤니티 사이트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유료화에 시동을 건 것이다.

아이러브스쿨 ‘배움터’ 서비스로 재기노려

지난 4월 2일 아이러브스쿨에서는 한 차례 소동이 벌어졌다. 접속자 폭주로 서버 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이날은 아이러브스쿨의 첫 유료 서비스인 ‘배움터’를 런칭한 날이다. 자고 나면 수 만명씩 회원이 늘어나던 지난 해 중반이 연상됐을 법도 했을 것이다.

‘배움터’는 초등학교 3, 4, 5, 6학년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온라인 일일 학습지 서비스다. 현재 수학과목에 한해 실시하고 있으며 월 1만원의 유료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 서비스의 특징은 학생과 부모가 함께 이용하는 서비스라는 점이다. 문제를 풀고 공부하는 것은 학생들이지만 부모들에게도 별도의 비밀번호를 부여, 자녀들의 학습진행 상황을 체크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러브스쿨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초등학교 등을 통해 홍보활동을 했으나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이것을 계기로 2차, 3차 수익모델을 차례로 선보일 예정으로 있으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교육 사이트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문제는 콘텐츠의 품질이다. 학생과 부모를 동시에 끌어들인 마케팅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학교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사이트와 교육 콘텐츠의 결합이라는 점도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제 서비스 개시 일주일 남짓. 아직 유료회원보다 무료회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광고에 의존해왔던 기존 수익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프리챌 역시 새로운 서비스로 유료 서비스의 다각화에 나섰다. 3월 말부터 게시판 제목의 굵기, 크기, 색깔 등을 변화시켜 자신의 글에 대한 주목도를 높일 수 있는 ‘필통’ 서비스, 사이트 내에 개인광고를 할 수 있는 전광판 서비스, 애인이 사이트에 접속하면 알림 쪽지를 받을 수 있고 연인끼리 쪽지를 공유할 수 있는 ‘애인신고 서비스’ 등을 선보였다.

프리챌은 이미 지난 해부터 바이챌이라는 B2B2C 형태의 전자상거래와 솔루션, 온라인 마케팅툴을 제공하는 e브랜드 서비스 등을 실시해왔다.

프리챌의 이정아 과장은 “아직까지 광고매출이 50%를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이 비중은 차츰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모바일 환경에서 유무선을 연동시키는 서비스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필통 서비스나 전광판 서비스 등은 이미 세이클럽에서 선보여 그 가능성을 인정받은 서비스다. 세이클럽은 이외에도 웹상에서 자신의 콘텐츠를 꾸미는데 필요한 의상, 장신구 등 1천여 아이템을 판매하며 네티즌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앞으로 포털을 비롯한 많은 사이트에서 이런 형태의 소액 결제 아이템이 도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세이클럽, 일 매출 4천만원 돌파

세이클럽은 커뮤니티 유료화의 선두주자이자 성공모델로 꼽힌다. 프리미엄 서비스를 실시한 지난 11월 이후 현재까지 5개월 동안 3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서비스 실시 첫 달 일 1천만원의 매출액을 올린데 이어 최근에는 일매출 4천만원을 돌파한 상태다.

세이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네오위즈 홍보팀의 고선미 팀장은 “휴대폰, 신용카드는 물론 전화 ARS, OK캐쉬백, 자동이체 등 모든 결제수단을 원클릭페이라는 동일한 인터페이스로 구현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사이트 내에서 구매를 위해 개인의 결제정보를 제공한 지불고객(Paying User) 수가 50만명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밖에 싱글들을 위한 커뮤니티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세이큐피드의 경우 커뮤니티 업계 최초로 가입 자체를 유료화한 수익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3개월 가입비 3만5천원, 12개월에 11만원의 유료 서비스인 이 사이트에는 현재 5만2천여명이 회원으로 기입되어 있다. 또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클럽 세이큐피드라는 카페를 운영하며 오프라인과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유료 서비스에 대한 인식은 업체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커뮤니티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다음이나 심마니 등에서는 “네티즌들에게 돈을 받는 유료화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유료화를 추진하더라도 그 대상은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특한 인맥관리 시스템으로 인기를 끌어왔던 싸이월드의 경우도 기업을 대상으로 유료화를 성공시킨 케이스에 속한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웹SI사업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 교육포털 즐거운 학교와 법률포털 로앤비가 바로 싸이월드의 작품이다.

지금까지 커뮤니티 사이트라고 하면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하거나 전자 상거래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며 각 업체별로 유료 서비스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커뮤니티의 유료화 1단계는 대부분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문제는 다음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금 대부분의 업체들이 바로 그 2단계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그 중에는 기존 포털 사이트들이 제공하는 영화나 음악, 만화 등의 엔터테인먼트형 콘텐츠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콘텐츠 유료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기존 포털 사이트들과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네오위즈의 관계자는 “커뮤니티라는 개념조차 이제는 무의미해질 것이라며 궁극적인 모습은 온라인 서비스 업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커뮤니티 사이트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충성도 높고 결속력 강한 회원들이다. 결국 이들이 커뮤니티의 미래를 쥐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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