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跳躍 도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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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말이 초원에서 노니는 망아지였을 때에는 펄쩍펄쩍 뛰고 발길질하고(跳躍揚蹄·도약양제) 꼬리를 뻗치며 달리므로 사람이 제어할 수 없다. 깨물어 씹으면 살가죽을 뜯고 뼈를 부수며, 발길질하면 오두막을 무너뜨리고 가슴을 함몰시킬 수 있다. 그러나 마부가 길들이고 훌륭한 조련사가 가르쳐서 멍에를 메우고 고삐를 매고 재갈을 물리면 험한 길을 달리게 하고 해자를 뛰어넘게 해도 순순히 따르게 된다. 그러므로 말의 형체 자체는 변화시킬 수 없지만, 말을 마음껏 부릴 수 있게 되는 것은 가르침의 결과다. 말은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한 짐승이지만 사람의 기지(氣志)가 통할 수 있다. 이는 가르침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랴!”

한(漢)고조 유방(劉邦)의 손자이자 한무제의 숙부였던 유안(劉安, BC179~BC122)이 지은 회남자(淮南子)에 나오는 말이다. 그는 당시 인간의 본성만 강조해 배움을 경시하는 세태를 비난하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 다리를 힘껏 굴러 보다 높이 보다 빨리 뛰어오른다는 뜻의 한자 도약(跳躍)의 용례로 첫손에 꼽는 문장이다.

고대 거북의 등껍데기에 줄을 그어 불에 달군 뒤 물을 부어 식으면서 생기는 균열(龜裂)의 모습에서 생겨난 것이 한자다. 거북 등의 균열이 복(卜)이다. 여기에 기도문을 담던 그릇[口]을 보태면 신의 뜻을 묻는다는 뜻의 점(占)이 된다. 도약의 도(跳)의 오른쪽 부분인 조(兆)는 복(卜)과 달리 거북 등의 가운데를 경계로 좌우대칭을 이룬 균열을 뜻한다. 전조(前兆), 징조(徵兆), 조짐(兆朕)이 여기서 나왔다. 거북 등에 균열이 처음 생겨날 때의 힘을 말한다. 힘껏 맞서는 것이 도전(挑戰)이고, 힘껏 뛰는 것이 도(跳)다. 뛰어오를 약(躍)은 날아오르며 깃털을 흩뿌리는 새의 모습[翟]에 발(足)을 보탠 글자다. 깃털을 뽑듯 인재를 고르는 선발이 발탁(拔擢)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이 시작됐다. 근대 올림픽의 표어는 ‘더 빨리, 더 높게, 더 힘차게(Citius, Altius, Fortius)’이다. 어려웠던 지난 196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년 휘호가 도약이었다. 도약대에 오르는 올림픽 육상 선수들처럼 국내외 경제도 재도약하기를 기대해 본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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