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죽여 일자리까지 없애는 포퓰리즘식 경제민주화는 곤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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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호 07면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
-여야가 경제민주화 법안을 각각 제출했다. 정무위에선 어떻게 다루나.
“법안 보고가 이미 시작됐다. 다음 달 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정기국회 땐 처리 법안이 일부 나오기 시작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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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끝나야 방향이 잡히는 것 아닌가.
“정무위가 독불장군 식으로 치고 나갈 순 없는 문제다. 하지만 여야 어느 후보든지 경제민주화 자체엔 공감한다. 하지 말자는 분은 없다. 절충되는 분야 먼저 법안이 만들어질 거다.”

-경제민주화를 놓고 시각차가 크다. 어떻게 조정하나.
“경제력 집중을 완화시켜 일반 서민이나 중소기업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엔 여야가 공감한다. 다만 온도차가 있다. 재벌 개혁을 놓고 보면 새누리당은 대기업의 불공정한 부분을 견제해 균형을 맞추자는 데 초점이 있다. 민주당은 대기업이나 재벌의 지배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에 포인트가 있다. 죽이는 정도가 아니라도 힘을 완전히 빼버리겠다는 거다. 문제는 일자리다. 기업이 투자를 해야 일자리가 생기는 만큼 그런 침해가 안 되는 선에서 경제민주화를 해야 한다는 게 나와 우리 당의 입장이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뭐라고 보나.
“새누리당은 출총제 부활은 대체로 반대한다. 순환출자는 박근혜 후보가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언급했다. 민주당은 출총제 부활, 순환출자 전면 금지 입장이다. 출총제는 실익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나 있다. 순환출자는 재벌의 편법 상속이나 가공 의결권을 만드는 주범이다. 환상형으로 출자하면 재벌 일가가 1% 지분만 보유하고 있어도 기업을 지배할 수 있다. 다만 당장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으려면 삼성은 10조원 가까운 돈을 들여 주식을 매입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기업 성장이 어렵다. 가뜩이나 세계 경제도 어려운데 경제민주화가 포퓰리즘으로 흐르는 건 곤란하다.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정무위가 어떤 법안을 만들어도 법사위가 틀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사실 지난해에도 금융중심지 지원육성법을 놓고 그런 일이 있었다. 서울 여의도와 부산의 문현 금융단지를 금융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법이다. 당시 정무위가 지원 규정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법사위 민주당 간사였던 박영선 의원이 상정을 막았다. 부산에 특혜를 주는 법이란 게 이유였다. 부산의 시민단체가 나서고 민주당의 부산 시당이 움직이는 등 큰 혼선이 있었다.” (※박영선 의원측은 지방자치단체 지원 규정의 실효성을 위하여 행정안전부와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조정하여 통과시킨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건가.
“현행대로라면 법사위는 상원이다. 법사위원장이나 간사가 법안을 틀어쥐면 통과가 어렵다. 내 생각엔 법원·검찰·감사원을 소관 기관으로 하는 사법위원회를 만들고, 법안의 자구 심사는 국회 법제실에서 전문위원이 따지는 게 좋겠다. 기술적인 문제는 국회의원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사법위원회가 아니라 법제실에서 심사한 뒤 바로 본회의로 올리면 된다.”

-국회법 개정은 새누리당이 주도했다. 또 바꾸나.
“법사위는 기능적 부분만 심사해서 넘겨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법안에 대한 실질적인 문제를 다루는 건 해당 상임위다. 그런데 국회 선진화법에 따르면 해당 상임위에서 여야가 논의해 법안을 만들어도 법사위가 실질 심사를 한 번 더 하게 된 구조다. 법사위를 좀 손댈 필요가 있다. 법안 처리 여부가 정치적으로 왜곡돼 결정될 수 있어서다.”

-CD(양도성 예금증서) 금리 담합은 어떻게 봐야 하나.
“조사 중인데 담합으로 결론 나면 정말 큰 문제가 생긴다. 수십조 내지 수백조원에 달하는 역사상 최대 액수의 큰 소송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국내 집단소송은 물론, 국제적 소송도 우려된다. 근본적으론 2009년 12월 예대율 규제를 도입한 뒤 CD 발행이나 유통량이 급감해 CD는 거래가 안 됐다. 그걸 증권회사들이 억지로 맞춘 금리로 연동시켜 대출 이자율을 결정해온 잘못이다. 금융위는 대출 이자율을 결정하는 다른 단기 지표 금리를 개발해야 했는데 미룬 잘못이 있다. 금감원은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 금융 당국 책임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는 어떻게 논의되고 있나.
“우선 상호신용금고에 대해 저축은행이란 명칭을 쓰게 한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시민 입장에선 옛날 상호신용금고를 은행으로 착각하고 돈을 맡기는 실정이다. 명칭 사용을 못하도록 바로잡아야 한다. 또 대주주들이 개인 회사처럼 운영하는 일방적 지배구조도 바꿔야 한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도 못하게 해야 한다. 저축은행이 서민 금융기관인데 PF 대출을 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의원들이 은행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마련 중인데 정기국회 땐 처리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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