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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전성시대’는 7대 신종 산업 예고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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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호 28면

얼마 전 가까운 후배에게 물었다. “전엔 없었는데 요즘 부쩍 눈에 띄는 거 뭐 없나?”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녀로부터 돌아온 답은 이랬다. “요즘 왜 이렇게 스타 스님이 많죠?” 늘 트렌드 키워드를 찾고 있던 나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빙고!”

경제·경영 트렌드 FINISH&T

정말 주위를 돌아보니 필자는 불교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러 매체를 통해 아주 많은 스님과 만나고 있었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 회고되고 있는 ‘성철’ 큰스님, 마무리의 여운이 향기로운 ‘법정’ 스님, 즉문즉설과 전국 순회강연으로 많은 사람들을 깨우는 ‘법륜’ 스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돌풍의 핵 ‘혜민’ 스님, 그리고 ‘정목’ 스님, ‘용타’ 스님, ‘미산’ 스님, ‘금강’ 스님 등등. 이뿐만 아니라 우리는 외국인 스님들과도 가까이 만나고 있다. ‘생각 버리기 연습’으로 유명한 일본의 ‘고이케 류노스케’ 스님, 하버드 출신 스님의 원조 ‘현각’ 스님 등. 지금처럼 대중이 스님들의 법명을 이렇게 많이 기억하고 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고, 특히 비교적 불교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젊은이들까지 스님들의 말씀을 경청하고 퍼 날랐던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 예컨대 혜민 스님의 저서인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밀리언셀러가 되었고 유튜브에 올린 영상물 ‘혜민 스님의 희망트윗 ①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말자’ 조회수가 백만 클릭을 돌파한 것을 보면, 2012년 대한민국에는 지금 전례 없는 ‘스님 전성시대’라는 태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무엇보다 사람들의 삶이 저마다 힘들고 고달프며, 또 그러다 보니 마음이 외롭고 아파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스려야 하는지를 알고 싶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는 이토록 마음이 힘들어진 것일까? 대한민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초고속 성장을 해왔고, 국민들 역시 미증유의 온도로 뜨겁게 과열된 삶을 살아왔다. 아빠들은 승진과 출세를 향해 뛰었고 아이들은 입시와 취업을 향해 달렸다.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공동체는 완전히 무너졌고, 1인 가구 400만 시대는 가족마저 뿔뿔이 해체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사람과 성공을 평가하는 평가기준은 오직 하나 ‘돈’이다. 그러다 보니 10억원이 있는 사람은 20억원 부자가 아니라서 불행하고, 20억원 부자는 30억원 부자가 아니라서 불행하다.
스트레스는 쌓이고, 불안은 커지고, 우울증 환자는 늘어만 가서 결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 국가라는 불명예스러운 왕관까지 쓰게 되었다. 물질만능의 풍조 속에서 이기심과 욕심은 커진 반면 사람과 자연이 차갑게 분리돼 결국 휴식과 여유 그리고 위로와 치유의 기회는 어디에서도 갖기 힘들어졌다. 이렇듯 사람들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정신적으로 질식할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신선한 산소같이 다가온 스님들의 말씀은 어둠 속에서 만난 한 줄기 공감과 희망의 빛, 그 자체였다.

새로운 삶은 검약에서 출발해야
이제 사람들은 깨닫고 있다. 물질적인 성공이, 빠르게만 사는 삶이 결코 평안과 행복을 줄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스님들의 말씀에 많은 사람의 귀가 쫑긋 서 있다는 것은 이제 곧 삶의 방식이 크게 변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과연 앞으로 어떤 일들이 전개될까?

지금 시작되고 있는 변화를 따라가 보면 어느 정도 미래를 구상하고 준비할 수 있으리라 본다. 먼저 중시하는 가치가 일 중심에서 가족(Family) 중심으로, 또 물질의 부(富) 대신 내면의 부(Inside Richness)로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도시의 삶보다 자연(Nature)친화적인 삶, 권위 대신 친밀한(Intimate)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큰 것보다는 작은(Small) 것, 가식과 과시보다는 소탈하고 인간미 넘치는(Human) 생활을 원한다. 마지막으로 은퇴 후 생존기간의 장기화는 풍요와 사치 대신 검약(Thrifty)과 절제의 삶을 추구한다. 이 같은 7가지 라이프스타일 변화의 키워드를 외우기 쉽도록 필자는 FINISH&T라는 약어로 만들었다. Family부터 Human까지의 앞 글자를 따서 FINISH를 만들고 Thrifty의 T를 따로 붙였다. FINISH는 이제까지의 삶의 방식, 즉 물질만능주의와 속도전에 빠져 있는 삶을 끝낸다는 의미이고, 마지막에 T를 따로 붙인 이유는 새로운 삶의 시작은 Thrifty, 즉 검약으로부터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FINISH&T라는 트렌드에 따른 기존 산업들의 변화는 물론, 전혀 새로운 신종 산업들의 부각도 이미 감지되고 있다.

그래서 이 코너에서는 몇 회에 걸쳐 FINISH&T라는 우리 사회의 커다란 변화 트렌드를 하나씩 풀어갈 예정이다. 앞으로 이야기할 우리의 삶의 변화 및 이에 따른 경제·경영 트렌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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