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수 찾는 세계 닷컴들 <上> 확장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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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의 10분의1 수준에도 못미치는 주가, 경기후퇴로 움츠러든 온라인광고, 수익모델의 부재…. 세계의 닷컴기업들이 생사의 기로에 선 지금 닷컴의 총본산인 미국에서 대대적인 변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여파는 닷컴붐이 깨진 국내에도 거세게 밀려오고 있다. 주요 닷컴들의 움직임과 함께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등을 미 현지취재를 통해 세차례에 걸쳐 진단해본다. <편집자>

"내 죽음에 관한 보도는 너무 과장돼 있다…. "

지난 2일 골드먼삭스 주최로 '인터넷 뉴미디어와 e-커머스' 콘퍼런스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시저스 팰리스 호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등 전세계 주요 '닷컴기업' 의 최고경영자(CEO)와 투자가 3백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야후 창업자인 제리 양은 "소설 『톰소여의 모험』의 작가 마크 트웨인이 자신의 죽음에 대한 추측성 보도가 잇따르자 이같이 말했다" 며 기조연설을 시작했다.

닷컴기업에 대한 회의론을 의식한 듯 그는 "온라인 광고는 한계가 있고 소비자는 온라인 서비스에 돈을 낼 용의가 없다는 것은 잘못된 믿음" 이라며 "온라인 광고 노하우는 배너광고 그 이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광고수입 이외에 네티즌과 기업 대상 유료사업을 펼쳐 수익구조를 다양화하겠다" 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야후는 지난 2일 월 9.95달러에 증시시황과 금융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실시키로 했으며, 4일에는 소프트웨어 업체인 SAP와 함께 웹 사이트를 만들어 기업에 파는 '기업 포털'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닷컴기업 사이에 주요 전략을 수정하는 '리모델링' 바람이 불고 있다. 이 바람은 '닷컴 붐' 의 원산지인 미국에서 거세게 불고 있다.

이들은 e-커머스에서 포털까지 모든 것을 다한다는 '백화점식' 확장전략과 무조건 회원 수를 늘리려는 '덩치 불리기' 일변도에서 벗어나 '선택과 집중' 을 강조하며 특화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소매업체인 아마존의 베조스는 이날 "지금까지 투자 중에서 후회되는 부분이 있다" 면서 "과거로 되돌아간다면 투자하지 않았을 것" 이라고 고백했다.

'고객 수가 곧 자산' 이라며 지난 6년 동안 23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면서도 확장전략을 멈추지 않았던 아마존은 올 들어 오프라인 상점 운영을 아웃소싱하는 등 군살빼기에 들어갔다. 베조스는 "우리의 목표는 이제 고객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고객이 얼마나 자주, 많이 사게 하느냐에 있다" 면서 "고객이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더 빠르고 편리하게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 고 말했다.

'역경매 방식' 을 도입했던 프라이스라인도 항공티켓에서 식료품까지 모두 다루는 백화점식 전략에서 벗어나 여행관련 부문에 IT자원을 집중키로 했다.

야후.아마존 등 초일류 닷컴기업들이 잇따라 전략수정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단시일내에 수익을 내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실한 판단 때문이다.

골드먼삭스는 "최근 상황을 운동선수(닷컴기업)가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스테로이드(과도한 펀딩)를 복용하다 끊었을 때 나타나는 쇠퇴현상(매출감소)과 같은 '스테로이드 경제' 상태" 라며 "닷컴기업들의 몰락과 경기침체로 올해 미국의 온라인광고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5% 상승한 88억달러 수준에 그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99년 성장률 1백41%, 2000년 80%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골드먼삭스는 특히 e-커머스의 경우 2001년은 성숙단계로 가기 전에 일시적으로 겪는 '캐즘(Chasm.초기 시장과 성숙된 시장 사이의 단절상태)' 에 접어들 것이라고 진단하고 이 상태에서는 성장률 감소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라스베거스 = 김창규 기자 teente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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