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레이더] 나스닥 봄바람 덕 본 '벚꽃 장세' 언제까지

중앙일보

입력

한국의 월스트리트로 통하는 서울 여의도는 요즘 벚꽃으로 뒤덮여 있다. 10여만명의 인파가 연일 여의도 윤중로를 찾아 봄을 만끽한다.

주식시장도 벚꽃 축제에 동참하듯 지난주 중반 이후 연 3일 올랐다. 지난주 초 490선으로 밀렸던 종합주가지수는 주말 516까지 반등했다. 한 증권사는 '벚꽃 장세' 라는 그럴듯한 이름까지 붙였다.

지난주 주가 반등은 미국에서 갑자기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기 때문이다. 1, 600선을 위협받던 나스닥지수는 단숨에 300포인트 이상 오르며 1, 961에 도달, 2, 000선을 넘보고 있다. 다우지수는 10, 000선을 가볍게 회복했다.

특별한 호재는 없다. 굳이 설명하자면 그동안 너무 떨어진 데 따른 기술적 반등이다. 더 나빠지겠느냐는 일종의 배짱이 통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사실 지난주 나온 미국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와 엇비슷했다. 경기침체에 겁먹은 투자자들이 실적 전망치를 워낙 낮춰 설정해뒀던 것이다.

미국 시장의 이번 반등은 일단 나스닥지수 2, 000선이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2, 000 돌파에 성공하면 2, 200까지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나스닥의 행보는 이번 주에도 계속되는 미국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에 좌우될 것이다. 인텔.텍사스인스트루먼트.아마존 등 굵직한 기업들이 실적치를 내놓는다.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와 운명을 같이 할 것이다. 나스닥이 2, 000을 넘으면 종합지수도 520선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나스닥이 2, 200까지 가면 종합지수는 550도 가능할 전망이다.

벚꽃은 화려한 대신 짧게 핀다. 벚꽃 축제는 봄비 한번이면 그날로 막을 내린다. 주식시장의 이번 벚꽃 장세도 그럴 위험을 안고 있다. 어디까지나 미국 시장의 기술적 반등에 의존한 것이기 때문이다. 반등을 마감한 뒤 시장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주가가 오르더라도 들뜨지 말고 철저히 실적과 재료를 갖춘 종목 중심의 신중한 매매가 바람직해 보인다.

김광기 기자 kikw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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