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석기·김재연 제명안 부결 … 야권연대 복원 불투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통합진보당 의원총회가 열린 26일 국회에서 이석기 의원(왼쪽)이 심상정 원내대표(오른쪽)의 악수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심 의원은 세 차례에 걸쳐 악수를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왼쪽부터 이 의원, 오병윤·김재연·박원석 의원, 심 원내대표. [김성룡 기자]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이 26일 당 의원총회에서 결국 부결됐다. 13명의 의원 중 투표에 7명이 참여해 6명이 찬성했다. 1명이 기권했고 당사자인 이·김 두 의원을 포함해 옛 당권파 의원 6명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정당법에 따르면 당 소속 의원을 제명하려면 소속 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비례대표 부정경선 파문 이후 통진당이 4개월여 끌어온 두 의원 제명 작업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부결은 김제남 의원의 변심에서 비롯했다. 그는 24일의 의총에서 신당권파 측이 제명 안건을 표결에 부치려 하자 반대했었다. 그러면서 “제명안에 찬성표를 던질 테니 의총을 이틀만 연기해 달라”는 중재안을 내놨다. 신당권파는 김 의원이 자신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 옛 당권파에 대해 최소한의 성의 표시를 하려는 행동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결과는 딴판이었다. 심상정 원내대표 등 신당권파가 모두 찬성표를 던졌으나, 김 의원 혼자 기권했다. 신당권파 측 관계자는 “김 의원이 뒤통수를 쳤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부결 직후 심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책임을 지겠다”며 총사퇴했다.

 옛 당권파는 환호했다. 의총 직후 이석기 의원은 “진보가 승리한 날”이라고 했다. 김재연 의원도 “상처를 딛고 통합과 단결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강기갑 대표 체제는 리더십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당장 중앙당과 원내 지도부 간 이중권력 상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심 원내대표 사퇴로 공백 상태가 된 원내 지도부를 수적 우위의 옛 당권파가 접수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신당권파 측 핵심 관계자는 “대북관 수정, 패권주의 청산 등 당 혁신안 이행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며 “분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민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 복원도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통합진보당이 (두 의원 제명 문제를) 매듭 지어야 우리도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었다.

 대선 정국에서 두고두고 민주당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종북(從北) 성향을 의심받아 왔던 두 의원의 존재가 야권 전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두 의원에 대한 국회 차원의 자격심사안 처리도 암초에 걸렸다. 원래 이는 여야가 원구성에 합의할 때 함께 추진키로 했던 사안이다. 민주당은 자격심사를 통한 제명(의원직 박탈)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통진당 차원의 제명 절차(출당)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이날 제명 불발로 민주당이 자격심사를 강행하기는 어려워진 형국이다.

 새누리당은 “27일까지 자격심사 청구안에 서명해 달라”(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고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두 의원의 퇴출 절차를 시작하면 야권연대가 파국을 맞고, 이를 거부하면 여야 합의를 깰 수밖에 없는 진퇴양난에 처하게 됐다.

류정화 기자

■ 관련기사

통합진보, 제명안 부결로 탈당 후폭풍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