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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로 푼 흑백갈등 '리멤버 더 타이탄'

중앙일보

입력

'똑바로 살아라' '말콤X' 등을 만든 흑인감독 스파이크 리가 보았다면 눈을 찌푸릴 영화다.

미국사회의 난치병인 흑백차별이 여기에선 보기 좋게 해소되기 때문이다. 낭만적인 영화, 아니 순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흑백대립이 아름답게 처리된다.

그런데도 작품의 감동은 거의 훼손되지 않는다. 과연 저럴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믿기지 않지만, 영화는 박진감 있는 영상과 훈훈한 사연으로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하고 마음을 데운다.

지난 2월 개봉한 '맨 오브 오너' (조지 틸먼 주니어 감독) 가 백인의 편견을 이겨내고 미 해군 최초의 심해 다이버가 된 흑인병사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것과 비슷하게, '리멤버 더 타이탄' (보아즈 야킨 감독) 도 1971년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물론 영화적 과장이 가미된 것이지만 서로 적대했던 백인.흑인 학생들이 스포츠를 통해 서로 하나임을 확인해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제목의 타이탄은 버니지아주 한 고등학교의 풋볼팀 이름. 백인.흑인 학교를 통합하라는 지역 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새로 구성된 풋볼팀에 흑인 감독 허먼 분(덴젤 워싱턴) 이 부임하면서 갈등이 일어난다.

이전에 있던 백인감독 빌 요스트(월 패튼) 가 수비 전담 코치로 격하된 것. 당연히 백인 학생의 반발이 커지지만 흑인 감독은 지옥훈련으로 학생들을 단결시킨다.

결국 타이탄은 연전연승의 승리를 올리는데…. 약간 부풀리면 이현세의 야구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과 비슷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백인 코치가 흑인 감독을 도와 위기에 빠진 팀을 일으켜세우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최근 감독 진출을 선언한 개성파 배우 덴젤 워싱턴의 힘찬 연기가 살아 있다.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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