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알카에다, 시리아서 적과의 동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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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시리아 내전은 시리아만의 전쟁이 아니다. 이란·이스라엘 등 주변국, 미국·러시아 등 주요국, 수니와 시아 등 서로 다른 이슬람 종파, 알카에다와 헤즈볼라 등 서로 다른 무장세력,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영국 대외정보국(MI6), 이스라엘 모사드 등 주요국 정보기관과 특수부대까지 깊숙이 개입돼 있다. 이들 국가와 집단들이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려 하면서 내전은 점점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 유튜브에는 마스크를 쓴 한 인물이 수니 국제테러조직인 알카에다 깃발을 배경으로 AK-47 소총을 휘두르며 자신을 시민군인 ‘자유 시리아군(FSA)’이라고 말하는 비디오가 공개됐다. 이 비디오에는 “(알라) 신의 이름으로 성전을 벌이는 자살테러 조직을 만들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니가 주축인 시리아 시민군 지원을 위해 이라크 등지의 알카에다 세력이 시리아에 대거 침투하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주 시리아 시민군의 수중에 들어간 터키 국경지역 밥 알하와는 알카에다 등 수니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근거지가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한다.

 시리아에서는 지난해 12월 이래 이라크계 수니 극단세력의 소행으로 보이는 자폭테러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 측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알카에다는 같은 조직”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 국장은 올해 초 의회청문회에서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잇따라 발생한 폭발 사건에서 알카에다가 개입한 흔적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반면 이란은 시아 알라위트파에 속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을 공동운명체로 여기며 자금과 무기공급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시리아 내전에 개입할 경우 자칫 이스라엘을 끌어들일 우려가 있어 레바논에 근거지를 둔 헤즈볼라와 같은 시아파 무장 조직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시리아 시민군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특수부대인 쿠드스와 헤즈볼라 전사들이 알아사드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알아사드 정권을 적극 옹호하고 있는 가운데 미·영·프랑스·이스라엘 등 서방국가들은 알아사드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하며 시민군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미 CIA 요원들은 시리아 접경 터키 남부 지역에서 시민군을 돕고 있다. 미군 특수부대 ODA와 델타포스·정보지원처(ISA) 등 비밀임무조직이 투입됐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알아사드 대통령의 탈출에 대비해 루트를 확보하고 화학무기 저장소 위치를 추적하는 임무 등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도 “MI6와 CIA 요원들이 비밀리에 시리아에서 활동 중”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또 영국과 카타르의 특수전부대도 시민군 거점인 홈스에서 군사훈련과 무기공급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정보에 정통한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도 시리아에서의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특히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로 자국을 공격할 가능성에 대비해 시리아 전역에 형성된 정보망을 총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아랍에미리트(UAE) 주재 시리아 대사가 25일 망명을 신청하는 등 시리아 정부 측 인사들의 이탈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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