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빼내려 통신사 위장 취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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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2010년 3월 홍모(36)씨는 경기도 남양주에 직원 3명을 둔 심부름센터를 차렸다. 심부름센터 직원으로 일하다 독립해 나온 것이다.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고 생활정보지에 “이혼 증거를 수집해 준다. 사람을 찾아 준다”는 등의 광고를 올려 고객을 모았다. 심부름센터에는 미행을 하거나 소재지를 파악해 달라는 고객이 주로 찾아왔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정보가 필요했다. 개인정보 수집 능력이 탁월한 홍씨는 곧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홍씨는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는 개인정보가 필요한 이를 채무자로 설정한 가짜 약속어음을 만들었다. 50만원 이상 채무를 지면 채권자가 채무자의 주민등록 초본을 발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초본을 이용해 위임장을 만들고 주민등록 등본도 발급받았다. 지난해 11월 주민등록법이 개정되면서 이 방법은 더 이상 쓸 수 없게 됐지만 그전까지 홍씨는 이런 방법으로 400여 건의 정보를 빼냈다.

 통신사 콜센터 직원을 매수해 휴대전화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빼내기도 했다. 홍씨는 심부름센터 직원을 콜센터에 위장 취업시키기도 했다. 또 보험설계사를 통해 차량 소유주의 인적사항을 빼내는 방법도 썼다. 홍씨는 이렇게 빼낸 정보를 개인 의뢰인에게 25만~40만원을 받고 팔았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지난달까지 총 4억2000만원을 벌어들였다. 또 다른 심부름센터는 공무원을 매수해 개인정보를 얻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빼돌리고 사고판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홍씨 등 8개 심부름센터 관련자 7명을 구속하고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또 이들에게 개인정보를 넘긴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구청직원 정씨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심부름센터에 개인정보를 요청하는 행위도 불법이므로 의뢰자에 대한 수사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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