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가득한 복합공간 만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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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 2주일. 인천국제공항이 정상궤도를 순항 중이다.

좁은 김포공항에 익숙했던 상주 직원.승객들도 '너무 넓어' 생소했던 새 공항에 익숙해져 간다. 개항 전 초조.불안감은 "언제 그랬느냐" 는 듯 줄어들고 있고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들은 이제 자긍심마저 느낀다고 한다.

이젠 선진국 공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도 나오는 인천국제공항을 건설.운영하는 강동석(姜東錫)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만났다.

- 개항 나흘 전에 공항운영시스템을 '준(準)자동' 으로 바꿨는데.
"힘든 결정이었다. 그동안 충분히 준비하고 연습했기 때문에 '자동' 으로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주변 여러분들의 '심리적 불안감' 이 큰 부담이 됐다. 그럴 경우 종종 있을 수 있는 10분~20분의 시스템 단절에도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할 수 없이 내가 고집을 꺾었다. "

- 그 결정을 후회하는가. 지금이라도 자동운영을 할 수 있나.
"후회는 안한다. 다만 아쉬웠다. 세계 어느 대규모 공항도 전체 공항 운영시스템을 시운전관리해 본 곳은 없다. 우리가 처음이다. 이 때 얻은 지식.기술이 몇십년 공항을 운영해 본 경우보다 더 값진 것으로 본다. 시운전하면서 수백건 고쳤다. 시험운영 시나리오만 2만2천쪽 분량의 자료다. 우리 노하우도 이젠 세계수준이라고 본다.

당장 자동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한달 정도 준자동으로 그냥 가겠다. 그러면서 틈틈이 문제점을 고쳐 국민 여러분들이 안심할 수 있는 완전한 시스템을 선보이겠다. "

- 장애인 이용의 불편 등 아직도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데.
"장애인 불편사항은 '즉각' 고치겠다. 이미 태스크 포스팀을 구성했다. 버스정류장 불편, 공항 내 안내시스템 미흡, 음식점 공간 및 음식의 품질문제 등도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매일 여객터미널 현장에서 간부들과 두번씩 미팅한다. 누구든지 헬프데스크(032-741-0104) 및 홈페이지(http://www.airport.or.kr)로 제안하거나 불편사항을 말해주면 직접 현장에 나가 능동적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 "

(건설교통부 출신으로 1994년 9월 공사 전신인 수도권신공항 건설공단 이사장으로 신공항과 인연을 맺은 姜사장은 원래 공항전문가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7년 만에 공항 전문가급 반열에 선 듯하다.

섬에서 환갑.진갑을 보내며 건설현장을 누볐고, 서류.자료를 누구보다 많이 봤다. "다시 공항을 지어보라면 훨씬 경제적으로 짜임새 있게 완벽한 공항을 지을 수 있다" 는 姜사장은 "그러나 그런 기회는 이제 내게 안 올 것" 이라며, 그동안의 생각.경험을 정리해 다른 사람에게 전하겠다고 했다. )

- 공항을 짓는 일이 마음에 들었나.
"나는 체구가 작다. 학벌도 변변치 못하다. 그런 내게 막중한 업무가 부여됐다. 하늘의 은총이라 여겼다. 정신.육체 모두 바치기로 작정하고 뛰었다. "

- 무엇이 가장 어려웠나.
"육체적인 괴로움은 견디겠는데 마음의 갈등을 추스리는 게 힘들었다. 기본계획 수정, 공사 부실, 입찰 탈락 업자 모함 등 편할 날이 없었다. 그러나 그건 시간이 가면 해결될 일이었다. 그러나 청탁이 괴로웠다. 충분히 들어줄 수도 있는, 인간적으로 안들어 주면 안되는, 내 자신의 안위를 위해 들어줘야 하는 청탁들을 거절해야 할 때 갈등이 많았다. "

- 인천공항이 "아름답다" 는 평가를 받는데.
"다른 나라가 인천공항보다 더 첨단의 공항을 지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아름다움으로 인천공항을 따를 수는 없을 것이다. 인천공항은 다른 공항이 흉내낼 수 없는 천부의 자연환경을 가진, 그 환경과 어우러진 공항이기 때문이다. "

- 인천공항을 도시(winged city)로 표현하는 의미는.
"인천공항은 승객이 지나치는 삭막한 곳이 아니라는 뜻이다. 나는 인천공항을 '행복을 제공하는 복합적인 공간' 으로 만들려고 했다. 인류의 경제.문화활동, 레저.쇼핑의 천국으로 만들고 싶었다. 3개월쯤 숨을 돌리고 난 후엔 '예술위원회' 를 구성하겠다. 공항에서 연중 21세기를 짊어질 젊은 음악가.미술가들의 공연.전람회를 열 생각이다. 공항으로 사람.상품.정보를 모으고 문화가 생성되게 할 참이다. "

- 동북아 허브(중추)공항과 물류기지 목표는 어떻게 달성하나.
"김포공항의 환승여객은 전체 승객의 13% 수준이었다. 인천공항은 그 비율을 10년 안에 40%로 올려 싱가포르 창이공항, 네덜란드 스키폴공항에 버금가게 할 것이다.

화물공항으론 인천공항이 10년 내 세계 1위 공항이 될 수 있다. 입지조건이 좋기 때문이다. 지금도 공항 취급화물의 70%가 3국간(중국.일본.홍콩~미주.유럽)화물이다.

공항 일대를 관세자유지역으로 운영(설계 중, 5년 내 활성화)한다. '공항 내 항만(seaport in airport)' 을 건설(기본계획 완성)해 중국 연안에서 항공용 쾌속선으로 영종도의 왕산 항만까지 오면 바로 전용 모노레일에 연결해 공항 화물터미널로 일관 수송하는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

- 화물터미널 등 벌써부터 시설부족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요즘 다소 화물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조업자들이 달라진 반자동 시스템에 익숙지 못하기도 하고 또 당초 계획된 연간 2백40만t 처리능력을 민간업자들이 1백80만t으로 줄인 이유도 있다. 화물기 계류장을 24대가 동시 이.착륙할 수 있도록 건설했는데 벌써 18대까지 이.착륙하는 경우가 있다. 늘려야겠다. "

- 다른 시설은 부족한 게 없나.
"탑승 게이트가 부족하다. 김포공항은 16개인데 인천공항은 41개다. 그래도 부족하다. 그러나 탑승 동(棟)건설에 5년이 걸린다. 또 정박(碇泊)항공기가 많다는 걸 당초 감안하지 못했다. 매일 10~15대의 비행기가 인천공항에서 잔다. 계류장도 늘려야 한다. "

姜사장은 지난 7년간 공사현장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했다. 앞으로도 그는 영종도에서 살 작정이다. 이미 공항 옆에 자그마한 단독주택 부지도 마련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姜사장은 "인천공항에 마음까지 묻겠다" 고 했다.

영종도=음성직 교통전문위원 eumsj@joongang.co.kr>

◇ 강동석 사장 약력=63세, 경희대 법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 졸업, 제3회 행정고시, 교통부 관광국장.도시교통국장.기획관리실장, 해운항만청장, 교통안전진흥공단 이사장,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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