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으로 장기생산 가능… 근육등 배양 성공

중앙일보

입력

인체 지방으로 근육과 뼈를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방흡입술로 제거해낼 만큼 살찐 사람들에겐 혐오의 대상인 인체 지방이 손상된 인간의 장기를 재생하는 데 활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 UCLA와 피츠버그대 공동연구팀은 인체에서 뽑아낸 소량의 지방에서 추출한 간(幹)세포를 이용, 근육과 뼈.연골조직을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조직공학' 최신호에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하면 손상된 인체 조직을 재생하는 의료기술 발전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본인의 지방에서 추출한 간세포로 인체 조직을 만드는 데 성공하게 되면 기존의 장기 이식 시술 때 기증자로부터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등의 각종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단계의 생명공학에서 간세포는 인간의 배아에서 추출하는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생명윤리에 관한 거센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종교계를 중심으로 "인간 배아를 이용한 간세포 추출을 금지해야 한다" 는 반대론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지방에서 간세포를 추출하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없다.

연구진의 한 사람인 UCLA의 마크 헤드릭 교수는 "인체 지방은 쉽고 값싸게 얻을 수 있는 데다 미용 효과까지 있다" 며 이번 연구 결과를 "산업혁명으로 쓰레기에 지나지 않던 석유가 보물이 된 것" 에 비유했다.

헤드릭 교수는 그러나 이같은 기법이 의학적으로 실용화되려면 훨씬 더 많은 연구와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기나긴 장정의 출발에 불과하다" 고 덧붙였다.

예영준 기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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