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발레단 캐나다서 대호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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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테크닉과 감성, 그 어느 무대보다도 화려한 의상과 무대장치. " 유니버설발레단(UBC.단장 문훈숙) 이 지난 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공연한 '백조의 호수' 는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UBC가 지난 5일부터 사흘간 살레 윌프리드 펠레티어극장에서 열린 네차례의 공연은 매회 객석(3천석) 이 가득 찼다.

티켓 값이 올 시즌 두번째로 비싼 56 캐나다 달러(약 5만원) 였지만 유료관객이 92%에 달했다.

'르 그랑 발레 카나디앙 드 몬트리올' 의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행사는 국내 발레 사상 최초의 '돈 버는 해외공연' 이었다.

UBC는 교통비와 체재비는 물론, 4만5천달러의 개런티를 제공받았다. 참여 무용수 68명에 서울에서 콘테이너 3개 분량의 무대장치를 공수해간 대규모 공연에 걸맞는 대우다.

UBC가 지난 3년간 수십억원의 자비를 들여 미주.유럽 등지에 한국발레 알리기를 계속한 성과이기도 하다.

'르 그랑 발레' 의 그라디미르 판코프 감독은 2년전 UBC의 유럽순회공연의 평판을 접하고 초청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대규모의 무대세트와 무용수가 필요한 고전발레는 좀처럼 무대에 올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초청공연으로 관객들의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은선과 권혁구.문훈숙.박선희.황재원.임혜경.아르템 슈필레브스키 등 주역은 물론, 3인무를 춘 김세연과 왕이(중국) , 광대의 조주환 등 무용수들의 정확한 테크닉과 표현력은 한국 발레가 세계수준에 도달했음을 나타낸다. 현지 일간지 르 프레스는 "군대같이 통일감 있는 군무와 화려한 무대장식 등으로 동양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고 평했다. 판코프 예술감독은 "발레단의 규모나 무용수들의 기량면에서 고전발레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발레단은 세계를 통틀어도 많지 않다. UBC를 초청하기로 한 내 결정이 옳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 고 말했다.

동양발레단 공연에 반신반의하던 관객들도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냈다. 탁월한 솔로연기도 그렇지만 탄탄한 군무, 세련된 무대미술과 의상이 공연의 성과를 드높였다. 특히 화려하고 낭만적인 무대장치는 막이 오를 때마다 탄성을 자아냈다.

아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디자이너 쿠세니아 제피트씨(40) 는 "한국의 '백조의 호수' 를 만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저렇게 화려한 무대세트는 이제껏 본 적이 없다" 고 말했다.

성공적인 이번 공연에서의 아쉬움은 첫날 오케스트라와 무용수들의 동작이 조금 어긋났던 점이다. 이에 대해 문훈숙 단장은 "무리한 일정 때문에 현지 오케스트라와의 리허설을 공연 당일에야 해볼 수 있었다.

앞으로는 무용수들이 제 실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신경을 더욱 쓰겠다" 고 말했다.

UBC는 오는 6월 워싱턴.뉴욕.로스앤젤레스 공연에 이어 8월 중국 상하이에서 '라 바야데르' 와 '심청' 을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특히 뉴욕 케네디센터 공연은 UBC의 자체 기획공연으로 꾸밀 예정이어서 기대가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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