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지역 한남뉴타운, 너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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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이태원동 일대 한남뉴타운. 입지 여건이 좋아 서울 뉴타운 가운데서도 인기 지역으로 꼽힌다. 2006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때 한남뉴타운 내 소형 지분(새 아파트를 받을 권리) 값은 3.3㎡당 8000만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투자자가 몰리며 거래도 잘 됐다. 그랬던 한남뉴타운이 반으로 쪼개지고 있다. 사업이 잘 되는 곳은 착착 진행되면 반면 일부 구역은 사업 취소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이태원동 일대 한남뉴타운 1구역의 사업 취소 반대 동의률이 25% 정도에 이른다.

이태원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뉴타운 출구전략 발표 이후 1구역 사업 반대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며 “이러다 정말 취소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구역은 11만6513㎡ 규모로 계획상 273%, 건폐율 42%를 적용받은 평균 층수 10층 규모의 공동주택 1471가구가 건립된다.

사업 반대 목소리 커져

1구역은 한남뉴타운 내 5개 구역 가운데 사업 속도가 가장 더디다.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도 다른 구역에 비해 1년 이상 늦은 지난해 8월에야 이뤄졌다. 현재 1구역 주민들은 ‘동상사몽’(同床四夢)이다.

구역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입장이 명확히 갈린다. 서울시가 최근 이곳에 갈등조정관(주거재생지원센터 조정관)을 파견해 실태 조사를 한 결과 크라운호텔과 용산구청 인근 지역, 유엔사 부지 인접 지역의 반대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태원1동 일대 주민들은 사업 찬성 여론이 우세하다. 이곳은 한남1구역 중에서도 주택 노후화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애초 2001년 재개발을 추진할 당시에도 토지 등 소유자 78%가 찬성했던 곳이다.

▲ 한남뉴타운 1구역의 사업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한남뉴타운 전경.

하지만 최근 사업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주민은 물론 투자자도 좌불안석이다. 애초 개발에 찬성했지만 반대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은 지역도 있다. 이태원대로 이면의 소방도로 인접 상권 건물주들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태원 상권이 점차 확장되면서 이곳 상가 임대료가 오르고 있다”며 “임대료가 오르면서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어 굳이 개발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주인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분리개발이 대안될까

이 때문에 추진위는 유엔사 용지 주변 지역 등 사업 반대 여론이 우세한 지역은 떼 놓고 개발하는 이른바 ‘분리개발’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뉴타운 사업이 추진되면서 갑자기 포함된 지역을 제외하고 애초 원안대로 이태원1동 일대만이라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1구역의 경우 애초 2009년 결정고시 때 ‘다수 주민이 원하면 구역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넣었다”며 “토지 등 소유자의 2분의 1이나 추진위에 동의한 주민 3분에 2 이상이 찬성하면 구역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구체적인 대안이 나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산권이 걸린 문제여서 주민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보니 서울시나 용산구청도 섣불리 대안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업이 지지부진한 데다 전반적인 주택 경기 위축으로 거래는 끊긴 지 오래다. 중개업소마다 매물이 적지 않게 쌓여 있다. 현재 1구역 지분 값은 33㎡ 안팎 소형이 3.3㎡당 4000만~4500만원 정도로 올 들어 3.3㎡당 500만원 정도 빠졌다. 단독주택 등 대형 지분 가격은 현재 3.3㎡당 2000만원 정도한다.

한편 한남뉴타운 내 다른 구역들은 속도를 내고 있다. 2구역은 지난달 가장 먼저 조합을 설립했다. 5구역은 조합설립 인가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고 3•4구역도 조합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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