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제남의 변심 … 이석기·김재연 제명 26일로 연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통합진보당 의원총회를 마친 김제남 의원(앞)과 심상정 원내대표가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세 번이나 정회해 가며 11시간 동안 이어진 의원총회에서는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자진사퇴를 권고하고, 26일 최종적으로 제명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뉴시스]

통합진보당은 23일 오전 8시부터 이석기·김재연 의원 출당(제명)을 위한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후 세 번의 정회를 포함한 11시간 동안의 릴레이 회의가 이어졌다.

 당초 이번 의총은 두 의원의 제명을 결정하는 마지막 절차로 마련된 것이었다. 그러나 오후 7시에 발표된 결론은 ‘제명 불발’이었다. 무난할 것으로 보였던 두 의원의 제명에 실패한 것은 캐스팅보트를 쥔 김제남(비례대표) 의원의 ‘변심’ 때문이었다.

 김 의원은 환경운동가 출신으로, 옛 당권파에 의해 비례대표 후보로 영입됐었으나 제명 찬성파로 분류돼 왔다. 심상정 원내대표가 옛 당권파의 보이콧 속에도 예정대로 의총을 강행한 건 전체 의원 13명 중 중립파로 알려졌던 김제남·정진후 의원이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전 회의 시작 30분 뒤 옛 당권파 측 이상규 의원이 의총장을 방문하면서 김 의원의 태도가 바뀌었다. 이 의원이 “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위원회를 25일에 먼저 연 뒤 의원 13명이 모두 모여 의총을 진행하자”고 제안하자 김 의원이 “제명 결정은 제 마음에도 무거운 문제”라며 이 의원의 제안에 동의하고 나선 것이다.

 김 의원의 이러한 태도는 한편으론 자신에게 의원직을 준 ‘옛 당권파에 대한 의리 지키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후 격론이 계속됐다. 김 의원은 의총이 정회한 틈을 타 이석기 의원을 만나 자신이 마련한 중재안도 내놓았다고 한다. 이 의원은 자진사퇴를 하고, 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은 철회하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자기만 제명돼야 한다는 중재안을 이석기 의원이 받아들였을 리 없다.

 회의 후 박원석 원내 대변인은 “두 의원이 5월 12일 1차 중앙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의원직을 자진사퇴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며 “자진사퇴를 하지 않으면 26일 의총에서 두 의원 제명을 일괄 의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결정은 이번 의총에 참석하지 않은 (옛 당권파) 6인의 의원이 중앙위 직후 의총에는 전원 참석하겠다는 약속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명 처리의사가 분명했던 신당권파가 다음 의총에선 옛 당권파 전원의 참여를 약속받고 이상규 의원의 제안대로 의총을 중앙위원회 이후로 연기하는 데 합의해 준 셈이다.

  한편으로 옛 당권파는 26일 의총에 앞서 열릴 25일 중앙위에서부터 두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무력화’할 카드를 내놓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비례대표 총사퇴안 자체를 폐기시키려 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류정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