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르핀 마구 솟아나 몸도 마음도 젊어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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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러너 회원인 조택구씨가 태릉 아이스 스케이트장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매주 일요일마다 20여바퀴씩 돌고 기초 체력 훈련을 한다. [김수정 기자]

6월의 마지막 일요일 서울 태릉 국제 아이스스케이트장. 얼음을 지치는 50~60명 중 유독 눈에 띄는 무리가 있다. 같은 유니폼을 갖춰 입은 그들은 아이스링크장 바깥쪽 트랙을 쉴 새 없이 질주했다. 20여 바퀴를 돌았을까. 하나둘씩 출발 지점으로 돌아오며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었다. 군살 없는 몸매, 홀쭉하고 단단해 보이는 아랫배를 보며 20~30대라 생각했던 이들은 50~60대로 구성된 태릉 아이스스케이팅 동호회 ‘아이스러너’ 회원들이다. 그중 첫째로 들어온 사람은 이 동호회 명예회장 조택구(89)씨다.

주중엔 하체 근육 단련하며 술도 안 마셔

조씨가 스케이팅를 시작한 건 벌써 60여 년 전이다. 겨울 강가에서 놀다 우연히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을 봤다. 조씨는 “아마 외국을 드나들던 사람이었을 텐데, 외제 스케이트를 가져와 겨울 얼음 빙판에서 타고 놀더라. 너무 신기했다. 그때부터 돈을 모아 스케이트를 장만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때부터 매년 겨울이면 꽁꽁 언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탔다. 여름이면 하체 운동을 하며 겨울을 기다렸다. 그러다 1970년대쯤 태릉에 아이스링크장이 생겼다.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던 그는 주중엔 일을 하고 주말은 꼬박 아이스링크장에서 보냈다.

 그게 벌써 50년이 지났다. 조씨는 “스케이팅이 내 장수 비결”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는 그 흔한 노인성질환인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이 없다. 감기치레도 하지 않는다.

폐기능 향상시키고 균형감각 길러

스케이팅의 어떤 점이 건강에 좋을까. 첫째는 하체 근육 단련이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윤성원 박사는 “스케이팅을 하려면 기마 자세(양 무릎을 약간 굽히고 몸을 낮춘 자세)에서 다리를 번갈아 밀었다 당겼다하는 동작을 계속하는데, 이 과정에서 허벅지 근육이 상당히 단련된다. 하체 근육은 전신 혈액순환에 펌프 역할을 해 심혈관질환과 당뇨병을 예방한다”고 말했다. 아이스러너 회장 이대택(54)씨는 “우리 동호회에서 1년 이상 운동을 같이한 회원들은 허벅지가 다들 돌덩이 같다”고 말했다.

 둘째는 폐기능 향상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김용수 기술위원(전 국가대표선수단 코치)은 “스피드가 날 수밖에 없는 스케이팅의 특성상 초당 호흡량이 테니스나 수영에 비해 더 많다. 다리를 밀 때 숨을 뱉고 당길 때 들이마시는 호흡을 하다 보면 폐기능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에너지 소비량도 많다. 윤성원 박사는 “30분당 에너지 소비량은 테니스가 150㎉, 수영은 200㎉인데 스케이팅은 250㎉쯤 된다. 스피드를 유지해야 하므로 자연히 운동량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셋째는 균형감각 향상이다. 김용수 위원은 “0.2㎝도 안 되는 스케이팅 날 위에 서려면 발목을 비롯한 종아리와 대퇴부 등 균형 잡는 데 필요한 근육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젊을 때 스케이팅을 배우면 낙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넷째는 스트레스 해소다. 조씨는 “스케이트를 탈 때 바람을 가르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엔도르핀이 마구 솟아난다”고 말했다. 김용수 기술위원은 “운동도 하면서 스피드 레이싱같이 속도도 낼 수 있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정 트랙을 돌고 나면 성취감도 만끽할 수 있다.

 스케이트가 관절에 무리를 주는 것은 않을까. 하지만 정반대다. 등산은 오히려 관절에 악영향을 미친다. 하산길에 관절과 연골에 충격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빙상은 무릎을 밀고 당기며 주변 근육만 강화시킨다. 김용수 위원은 “연골과 뼈에 충격을 주지 않고 부드럽게 밀면서 관절근육을 강화시킨다. 오히려 무릎 강화에 더 좋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조씨의 건강에는 절제된 식사와 바른 생활습관도 한몫한다. 음식을 고루 먹되 소식한다. 조씨는 “ 몸도, 마음도 젊어지게 하는 스케이팅이 90년 인생의 가장 훌륭한 친구”라고 말했다.

조택구 할아버지가 말하는 스케이팅 훈련 방법

1단계 마음가짐 바로 하기 스케이트는 남녀노소 누구나 탈 수 있다. 겁먹지 말라
2단계 하체 훈련하기 허벅지·발목·배 근육을 키우고, 서서히 빙상을 이용한다
3단계 실전 스케이팅 처음엔 중심을 잡기 힘들지만 두세 번만 연습하면 금방 실력이 붙는다
4단계 스피드 스케이팅 평일에도 매일 윗몸 일으키기, 앉았다 일어서기 등을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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