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생각이 건강을 좀 먹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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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이긴 의사’ 홍영재 박사는 ‘젊은 생각’이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늙어서 주책없다고? 그는 내년이면 칠순인데도 엉덩이 라인이 드러나는 청바지를 즐긴다. 젊은이가 입는 청바지 브랜드 종류만 10여 종이 있다. 컬러풀한 색상의 셔츠도 그가 즐겨 찾는 패션 아이템이다. 무채색의 옷을 좋아하는 조용한 성격의 아내가 쿡 찌르며 “젊은 애들 흉내 좀 그만 내요”라고 말한다. 그가 대답한다. “당신이나 노인네 흉내 그만 내구려. 우리가 어디 노인인가. 이제 70세 현역일 뿐인데.”

 ‘암을 이긴 의사’ ‘가지 박사’ ‘청국장 전도사’로 잘 알려진 홍영재(69·산부인과 전문의) 박사의 얘기다. 16일 서울 서초동의 한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최근 그는 『홍영재의 젊은 생각』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부제가 자극적이다. ‘뇌에 보톡스를 맞아라’다. 홍 박사는 “‘늙은 생각’이 건강을 좀먹는다”며 “대장암과 신장암을 이겨낸 뒤, 암 극복기를 강의와 방송·책을 통해 대중에게 전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젊은)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의 주변에도 ‘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말로는 ‘인생은 40대부터다. 60대부터 시작이다’라고 외치지만 노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며 노인 행세를 한다. 하지만 사람은 늙은 생각 때문에 늙고 병든다. 홍 박사는 “얼굴에 보톡스를 맞는 것처럼 생각을 변화시켜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뇌의 전두엽이라는 기관은 ‘행복 중추’로 불리는데, 인간의 감정과 행동·의지 등을 관여한다. 이 전두엽이 감정에 의해 자극돼 활성화되고, 그 결과 행복감을 느끼면 신체 건강까지 좋아진다는 것.

 평소 ‘젊은 생각’을 되살리는 노력으로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다. 첫째, 긍정적인 시각을 갖는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을 보며 ‘저런 꼬락서니를 하고선’이 아니라 ‘아 예쁘다, 아름답다. 섹시하다’라고 생각한다. 둘째, 자신을 가꾼다. 노인의 차림새는 누가 정해주지 않는다. 자신을 옭아매지 말고, 청바지와 밝은 색상의 옷을 입으며 기분을 전환하고 자신을 꾸며보자.

 셋째, 스트레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생명 활동을 하는데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다. 차라리 ‘난 지금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라고 소리 내어 말하고 받아들이자.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일이나 오랫동안 다녔던 직장에서 해고되는 일도 모두 자연스러운 일일 뿐이다. 나에게만 일어나는 천재지변이 아니다.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패배자가 되지 않는다.

 넷째, 완벽해지려 하지 않는다. 나이 들었다고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할 수 없다. 젊은이처럼 실수하고 방황해도 된다. 수퍼우먼·수퍼맨은 영화에서만 존재한다. 다섯째, 하루 5분만이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만든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 무념무상의 세계에 빠져본다.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시간이 인생을 추스르는 자양분이 된다.

 그가 꿈꾸는 80세 노인은 어떤 모습일까. 20대 젊은 생각으로 무장한 이 노인은 특별히 아프거나 신체 장애를 입지 않았다면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청년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고맙네. 하지만 난 그냥 서서 가겠네. 아직은 생생한 현역이거든.” 외모뿐 아니라 내면까지 멋지게 늙어가는 ‘노인의 품격’을 지닌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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