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생존테크닉 다룬 '부자 아빠의 자녀교육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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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아빠의 자녀교육법』은 3부작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시리즈로 지구촌 독서시장을 달구고 있는 저자의 최신작이다. 이번 책에서는 '학교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경제.금융 교육' 을 주로 자녀교육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다룬다. 따라서 『부자 아빠의 자녀교육법』은 앞서의 3부작이 슈퍼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데 힘입어 추가로 나온 앙코르 저작물이 분명하고, 반응 역시 뜨거울 것으로 가늠된다.

▶ 슈퍼 베스트셀러의 빛과 그늘〓국내의 경우 이 시리즈물이 1년새에 1백40만권이 팔렸다. 또 미국 시장에서 3백50만부, 일본과 중국 번역서가 각기 1백만부, 2백만부 팔려나갔음을 감안한다면 지구촌 독서시장은 리얼타임으로 '로버트 기요사키 현상' 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고무된 저자가 앞서의 세권에서 밝힌 '부자가 되는 돈과 투자에 대한 새로운 사고' 를 2세들에게 어떻게 교육 프로그램화할 것인가에 착안한 것은 당연한 순서일 것이다.

따라서 이 신간에 대한 리뷰는 '삶의 정글에서 이기는 경제 공식(公式) ' '세상에 들어가기 전에 익힐 경제적 생존기술' 을 가르치는 책 내용에 대한 분석 외에 '플러스 알파' 가 요구된다. '플러스 알파' 란 이 책이 날개 돋친듯 팔려나가는 맥락에 대한 고려를 말한다. 즉 대세인 양 자리가 잡힌 신(新) 자유주의적 질서와 정보사회 속에서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관심이 독서시장의 화두로 전면 등장했다는 요소 말이다.

▶ 학교는 '가난해지는 법' 을 가르친다?〓이 책의 내용은 앞서 발표한 책의 내용과 부분적으로 겹친다. 이 시리즈의 첫권 머릿말이 '학교에서는 부자들이 알고 있는 것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로 돼있었음을 독자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세상은 변했다.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성적을 올린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때는 지났다. " 는 식의 메시지 역시 앞 권과 대동소이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런 문제의식이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괄목한 만한 점은 책에 담긴 학교와 학교교육의 시스템에 대한 본격적인 비판이다. 교실붕괴, 중산층에 번지는 조기유학 붐 속에 '무너지는 공교육' 이 걱정스런 국내 상황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학교가 '태어날 때부터 부자이며 똑똑한 아이들' 을 가둬놓고 가난해지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고 공격한다. 학교란 그들이 다른 애들보다 덜 똑똑하다고 믿도록 가르치는 장소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의 기존 교육 시스템은 하나의 학습능력에만 초점을 맞춘다. 모든 아이들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재능으로 인정받기보다는 단 하나의 IQ시스템으로 재능이 결정된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다. " (35쪽)

▶ "경제IQ를 높이는 교육을 하자" 〓저자는 자신이 중고생 시절 영어(우리의 국어) 에서 두번에 걸쳐 낙제를 했다는 개인사까지 상기시키고 있지만, 그러면 이 책은 엄숙한 교육철학서일까?

그건 아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제기가 아니다. 대신 그는 "아이들을 더 똑똑하게, 더 부자로, 더 경제적으로 지혜롭게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 실제사례가 바로 내 책이다" 고 말을 한다. 이 책의 성격이 대강 드러나는 대목이다.

즉 기존의 언어, 수학적 재능만을 가르치지 말고, 경제IQ를 높이는 교육을 하자는 '극도로 실용적인' 제안이 이 책이다. 따라서 『부자 아빠…』 시리즈는 성공학 교과서인 것이다. 은행에서 대출심사 때 요구하는 것이 당신의 학교시절 성적표가 아니라는 점, 대신 은행이 요구하는 것은 당신과 당신 기업의 재무제표라는 주장에서 그의 입장은 다시 선명하게 드러난다.

▶ 평생직장 개념 사라진 시대 자기계발 중요성 깨닫게 해

『부자아빠의 자녀교육법』의 앞부분을 읽으면서 약간 놀랐다. '노골적 실용주의자' 의 학교교육 비판이 단행본 『학교는 죽었다』의 유명한 이반 일리치의 목소리와 유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 IQ교육과 '보다 효율적인 적응을 위한 교육' 을 주장하는 대목에 이르러서야 저자의 의중이 비로소 가늠됐다. 즉 저자의 속내란 '삶에서 이기는 경제공식' , 즉 경쟁 우선 내지 강화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어차피 한 직장에서 정년이 보장되는 식의 산업시대는 해가 저물었다는 것, 대신 이미 도래한 정보시대에는 예전과 달리 나이가 들수록 사람의 가치가 낮아지니 각자가 무제한의 교육을 스스로에게 실시해야 하고, 아이들에게도 일찌감치 그런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따라서 "나이 40이 되도록 성공하지 못하면 성공할 가망성이 없다" 는 그의 단언은 읽는이를 겁주기 십상일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단 하나의 정답은 없다^아이들에게 '용돈' 을 '뇌물' 로 주는 것은 부모로서의 힘을 포기한 것이다^부모가 현금지급기가 돼서는 안된다는 말 등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그렇다. 『부자 아빠…』 시리즈의 성공은 어쩌면 저자의 능력보다는 사회분위기 탓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성공은 세상사람들이 다 아는, 아니 알려고 하는 돈에 대한 관심을 정면에서 거론하는 '콜럼버스의 달걀' 인지도 모른다(번역자도 같은 지적을 했다) . 사실 이 책은 문장도 볼 품이 없다. 논리의 뼈대 역시 허술해서, 중첩되는 발언이 거듭 나옴에 따라 지루한 감도 없지 않다. 하긴 베스트셀러란 것 자체가 본디 그런 식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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