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안철수 보편적 증세론, 포퓰리즘 이겨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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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식
정치국제부문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일 발간한 『안철수의 생각』에서 정책 구상을 밝히자 “중도층을 겨냥한 것”이란 평이 많이 나왔다.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사회 안전망의 구축(보편적 복지)이 필요하지만, 선별적 복지도 재정 건전성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는 부분에서 특히 그렇다.

 안 원장은 복지를 얘기하면서 ‘저항의 문제’를 매우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벤처기업 안철수연구소를 경영하던 시절 직원들에게 책 구입비를 소액 지원했는데, 회사가 어려워져 없애려 하자 큰 반대에 부닥쳤다고 한다. 혜택을 주긴 쉬워도 빼앗긴 힘들다는 얘기다. 재원을 고려하지 않고 복지의 범위를 넓혀서는 안 된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그래서 그는 ‘보편적 증세’를 주장한다. 혜택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중하위 소득계층도 형편에 맞게 비용을 나눠 부담해야 한다는 거다. 이는 중산층이나 서민들의 광범위한 저항에 직면할지도 모를 화두다. 하지만 그는 두터운 사회복지를 제공하는 스웨덴을 거론하며 복지 혜택을 누리려면 투입(비용)도 그만큼 많이 필요하다는 점을 ‘용감하게’ 지적했다. 기존 정치권과는 분명히 다른 얘기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주는 것’만 얘기한다. ‘무상’이란 말이 이렇게 흔히 쓰인 적도 없다. 누구도 “당신(중산층·서민) 월급에서 더 많은 세금을 떼어갈 수 있다”고 말하진 않는다. 알면서도 못하는 거다. 표 때문이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증세에 소극적이고, 민주통합당은 ‘1% 부자 증세’에 올인하고 있다. 쓸 건 많은데 더 걷을 궁리는 나중에 하자거나, 걷더라도 99%의 것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얘기다. 표를 의식해 인기 없는 정책을 피해가려 한다는 점에서 둘 다 포퓰리즘의 범주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이에 비하면 안 원장의 스탠스는 상식적이다. 복지를 늘려야 하지만 한번 하면 되돌릴 수 없으니 신중 해야 하고, 세금을 더 걷어야 하기에 정치권은 대통합과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멘토가 상식을 얘기할 때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멘토가 어느 날 갑자기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돼 진짜 내 지갑을 열라고 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특히 개인적 손익계산에 민감한 유권자들은 지갑에서 돈을 더 꺼내가겠다는 후보를 어떻게 바라볼까. 여기에서 올 대선의 관전 포인트가 또 하나 생겨난다. 안 원장(형식논리상 아직은 정치인이 아니다)은 끝까지 증세를 주장할 것인가. 그는 어떻게 ‘계산 빠른 대중’의 저항을 극복할 것인가. 또 다른 후보들은 증세 논쟁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유권자 스스로 포퓰리즘을 과연 이겨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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