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은 검찰 출두 안 하고 민주당선 ‘한명숙 무죄’ 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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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검찰의 소환 요구일인 19일, 끝내 검찰청사에 나가지 않았다.

 그런 박 원내대표를 민주통합당은 당 차원에서 감싸고 나섰다. 이해찬 대표가 직접 총대를 멨다. 이 대표는 18일 기자들과의 만찬에서 ‘한명숙 사례’를 언급했다. “한명숙 전 총리도 (2010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검찰이 기소했으나) 결국 무죄 판결을 받지 않았느냐”는 거다.

 민주통합당은 한 전 총리의 사례를 검찰과의 싸움에서 이긴 ‘전과(戰果)’로 생각하고 있다. 그는 “내가 당시 한 전 총리에게 묵비권을 행사하라고 조언했다”며 “결국 검찰이 자신의 패를 모두 다 꺼내 보인 후 한 전 총리가 반격에 들어갔고,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라며 “여기저기 주변을 다 살펴 보니 (박 원내대표가 돈을 받은 게)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검찰과 20년간 싸워왔기 때문에 검찰의 수를 다 읽는다. 검찰은 절대 나를 이길 수 없다. 검찰이 나를 건드리면 내가 ‘잘 걸렸다’고 하고, 검찰을 가만히 안 둘 텐데 내가 문제 될 게 전혀 없으니까 자꾸 내 주변 사람들만 괴롭힌다”고도 했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선 “내가 총리할 때 대검 공안부장 하던 사람으로, 나와 상대가 안 된다”고 깎아내렸다.

 민주통합당 이춘석 제1정조위원장도 19일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지금 검찰은 야당 원내대표가 대검으로 출두하는 사진 한 장이 필요해 ‘한명숙 무죄 시즌 2’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권재진 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에 대해 해임건의안, 나아가 탄핵소추까지 검토 중”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맞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은 박 원내대표에게 한두 차례 더 출두를 요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계속 불응하면 강제구인을 할 계획이다. 이 경우 국회가 회기 중일 땐 체포동의안 표결을 거쳐야 한다.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특권 때문이다. 7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다음 달 3일 이후 직접 체포에 나서는 방법도 있지만 민주통합당은 8월에도 국회를 소집하려 한다. 설령 8월 국회가 열리지 않아도 검찰이 야당 인사를 수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국회가 회기 중이 아닐 땐 영장 집행을 실력 저지하는 경우도 적잖았다.

 옛 민주당 한화갑 전 대표는 2004년 1월, 검찰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하자 당사에 바리케이드까지 쳐놓고 영장 집행을 거부했다. 앞서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이던 2000년 2월엔 검찰이 정형근 의원에 대한 체포영장을 들고 자택까지 급습했으나 정 의원은 방문을 닫아놓고 버텨 결국 검찰이 영장 집행을 포기해야 했다. 이명박 정부에선 2008년 11월 김민석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이 검찰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자 26일 동안 당사에서 농성하며 저항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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