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의사결정 신속 한국 제조업 경쟁력 대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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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 13일 경남 창원 S&T중공업을 방문한 영국 케임브리지대 기술경영학 석사 과정 학생들이 공장 견학을 하고 있다. [사진 S&T 그룹]

“기업 인수 과정에서 새로운 경영진이 직원들을 어떻게 이끌어갔나.”

 “기술개발을 위한 정보 습득은 어떻게 하나. 선진국에서 기술을 사기도 하는가.”

 지난 11일 부산시 기장군 철마면 S&T 모티브(옛 대우정밀) 대회의실에선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녹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30여 명의 이방인은 연이어 질문을 쏟아내며 김택권(53) 사장을 응시했다. 미국 와튼스쿨 MBA(경영학석사) 출신인 김 사장은 그들의 질문에 유창한 영어로 답변해 나갔다. 두 시간여에 걸친 공장 견학과 질의응답 시간이 끝난 뒤 이방인들은 “한국 중견기업의 경쟁력이 대단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공대 기술경영학과 석사 과정 학생들이다.

지도교수인 짐 플래츠와 한국인 강의책임자 박재환씨와 함께 이달 초 2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오버시 리서치(Oversea Research) 프로젝트’의 마지막 과정인 현장학습이다. 이 수업은 지금껏 주로 일본과 중국 기업에 관심을 갖고 이들 나라를 찾았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한국 제조업이 강세를 보이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 결과 이 학과에서도 “한국을 공부하자”는 분위기가 일었고, 교수진이 3년간 한국을 드나들며 준비한 결과 이번 방문이 성사됐다.

 이들은 방문 기간 동안 삼성전자·LG화학을 비롯한 기업 20여 곳을 찾았다. 이 중 중견기업으로는 최평규(60) 회장이 이끄는 S&T그룹 계열사가 유일했다.

박재환씨는 “주로 중앙일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중견기업을 검색한 결과 S&T 그룹의 스토리를 알게 됐고, 직접 S&T 측에 방문하고 싶다는 요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11일 S&T 모티브 외에 13일 모터사이클 제조업체인 S&T 모터스(옛 효성기계)를 잇따라 방문했다. 학생 대표인 알란 크루크샹크(23)는 “한국 대기업은 전체적으로 훌륭했지만 정해진 틀 내에서만 활동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러나 S&T는 신속한 의사결정 덕에 해당 업종뿐 아니라 다른 분야로 확대해 갈 수 있는 여력이 많아 보였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클라크(24)는 “영국은 20세기까지만 해도 제조업이 강세였지만 지금은 업체 수가 점점 줄고 있다”며 “이번 중견기업 방문을 통해 한국 제조업 수준이 무척 높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2주간의 방한을 마치고 16일 영국으로 돌아갔다.

 박재환씨는 “이번 방문을 통해 교수와 학생들 모두 한국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케임브리지대에서 한국 기업을 연구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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