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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지수 500선붕괴…추락의 끝은 어디

중앙일보

입력

나스닥 폭락여파로 종합주가지수 500선이 붕괴됐다. 500선이 무너진 것은 99년2월25일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종합지수가 480선에서 1차 방어선을 형성한뒤 이 마저 무너지면 450까지 추락하고 코스닥은 60선이 허물어지면 50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있다.

지수추락의 핵심적 요인은 미국과 일본시장의 불안이다. 나스닥지수는 1500대까지 밀릴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으며 일본 주식시장의 회복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해외여파는 국내의 지지부진한 금융.기업 구조조정과 맞물려 원.달러 환율의 급등, 금리상승으로 이어진뒤 또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나스닥이 1500대에서 바닥을 다지면 한국 주식시장도 2.4분기 중.후반에는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미국 증시가 관건=미국시장은 첨단기술주들의 버블과 함께 언제 회복될지 불투명한 경기사이클이 핵심 문제다.

향후 1년 실적을 기준으로 한 첨단기술주의 주가수익률(PER)은 현재 35배로 1년전 150배에 비하면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거품이 남아있다는 시각도 적지않다.

최근의 기술주 버블은 70년전과 같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30년대 당시 `첨단기술주'에 해당됐던 자동차와 라디오 업종의 주가는 성장잠재력이 무한하다는 인식과 함께 수십배로 뛰었다. 그러나 이는 결국 거품으로 확인되면서 자체 추락과 함께 지수를 끌어내렸다.

경기사이클로는 U자형의 회복곡선을 그리면서 3.4분기에는 바닥을 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내년초까지 옆으로 횡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조업은 하락하고 있으나 국내총생산(GDP)의 80%를 차지하는 건설.서비스 등의 지표는 비교적 양호하다는 점에서 비관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

3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예상치인 105를 뛰어넘는 117을 나타낼 정도로 소비도 아직은 탄탄한 편이다.

그러나 건설경기는 작년 연말 강추위로 공사가 올해로 이월됐기 때문이며 서비스도 제조업 침체의 영향을 곧 받을 것이라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스티븐로치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년간 미국경제성장의 25∼35%를 기여해온 정보기술(IT) 분야가 올해 3.4분기까지 제로성장을 보일 것"이라면서 "특히 마이너스 가계저축률과 IT분야의 과잉투자가 수익감소→해고.투자위축→경기둔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는 제조업체들의 1.4분기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당장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교보증권의 김석중 이사는 "나스닥지수가 1550으로 내려오면 버블도 어느정도 해소된다"면서 "주가의 경기 선행성을 감안하면 미국시장은 빠르면 2.4분기말에는 상승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나스닥지수의 경우 지난 97년과 98년의 세계적 외환위기 당시 1500∼1600에서 저점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이 지수대 아래로 폭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피력했다.

▲환율급등도 주가 발목잡아= 엔화가치 하락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은 물가상승을 자극한다. 이는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나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의 여지를 축소시킨다.

원.달러 환율은 지나달 29일 달러당 1천319원, 30일 1천327원, 4월2일 1천349원등으로 급상승해 4일 현재 1천340원대 중후반에 머물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지난3월13일 120엔을 돌파한뒤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 10%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1.5%포인트 상승한다. 이 때문에 정부와 한국은행은 금리인하 등의 시장 안정책을 펴기 어렵게 된다.

더욱이 최근의 원.달러 상승은 엔화가치 하락으로 인해 수출을 늘리는데도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

아울러 환율불안은 국내 주식시장에 들어온 외국인자금의 이탈로 이어질 수도 있다. 주가 하락과 환율상승에 따른 외환손실이 일정수준을 넘게 되면 외국인들이 손절매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외국계 펀드는 자국의 주가하락에 따른 환매요구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종합지수 450, 코스닥지수 50선까지 하락 가능성=전문가들은 작년 4.4분기 저점인 480∼500선에서 1차 지지선이 형성되고 이 선이 붕되면 450선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1.4분기 기업들의 실적이 4월중에 나오는 만큼 반등시기는 2.4분기 중후반일 가능성이 높으며 늦으면 3.4분기로 지연될 수 있다는 견해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지수 520선이 무너졌기때문에 450까지도 내려갈 수있다"면서 "500선 아래에서는 기관들의 손절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경신 리젠트증권 이사는 "2년여동안 지수가 500선아래로 내려가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적 분석상 지지선을 예측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면서 "주가가 더 떨어질 경우 470∼480선에서 하락을 멈추고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스닥시장의 경우 작년 12월 한달동안 65선에서 버티다 이후에 50선까지 급락한 만큼 50선을 지지선으로 삼아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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