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정보화…"美에 뒤지고 日 앞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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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이면 풀풀 날리던 하얀 분필가루, 선생님이 직접 그리고 색까지 입혔던 지도안. 이런 수업도구들은 요즘의 학교에선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정보화 추진으로 각 학교마다 컴퓨터와 VTR, 실물화상기 등 첨단 정보공학 매체가 보급되고 있어서다.

인천시에 위치한 문학정보고. 교실 3칸 크기의 컴퓨터실과 디자인실을 19실이나 보유하고 있다. 학생들은 기본적인 교과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최신 컴퓨터 기종과 빔 프로젝트가 설치된 컴퓨터실과 디자인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인터넷을 접목한 수업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담당 교사가 직접 개발한 멀티미디어 교재가 보충교재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 학교 교육정보화 담당부장 황인권 교사는 “실습실에 마이크 시설이 갖춰진데다 빔 프로젝트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집중도가 높아진 것은 물론 선생님들의 수업 진행도 한결 쉬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교단 선진화 장비가 구비되었다 한들 수업이나 교원 업무에 활용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 이런 이유에서인지 최근 각 학교 선생님들은 경력이나 담당과목을 막론하고 컴퓨터와 씨름(?)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20여년 동안 교단에 몸담고 있었다는 한 교사는 “최근 들어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수업이 없는 시간을 이용해 컴퓨터 교육을 받고 있다”며 “예전처럼 동료 선생님들과 취미활동을 함께 하거나, 방과 후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각 시도교육청에서 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학교의 교사들은 더욱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해 경기도 교육청이 교단 선진화 교육 시범학교로 지정한 내기초등학교는 교육정보화 인프라 구축, 멀티미디어 학습자료 개발, 다양한 정보 매체 활용을 통한 교수학습 전개 등 3가지 과제를 부여받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선 각 학급별로 홈페이지를 마련, 꾸러기들의 모습을 아기자기하게 담아냈으며, 재량활동 시간이나 특별활동 시간을 통해 정보기술 활용 교육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교사들 업무 과중…교사인지 웹마스터인지

저학년일수록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교육교재 개발이 필수적이다. 애니메이션 기능이 강화된 저작도구를 통해 멀티미디어 학습교재를 만들고 이를 대형 모니터로 보여주면 제 아무리 산만한 성격의 아이일지라도 금새 호기심 어린 눈망울을 굴려댄다.

인터넷을 이용한 펜팔(E-PALS)도 언어 학습이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인터넷 신문 만들기, 포스터 만들기, 그림 엽서 만들기 같은 웹 출판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나타내는 창의적인 능력을 길러준다.

효율적인 수업방식 개발을 위해 동료 교사들이나 동호회를 통해 정보를 교류하는 경우도 많다. 또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교육정보화 동향이나, 교단 선진화 장비 사용법, 효율적인 정보화 수업 모형 등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예천중학교는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멀티미디어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각 과목 단원별 학습 자료를 홈페이지(yecheongm.ms.kr)에 올려놓고 있으며, 전주여고는 홈페이지(210.99.214.1/∼xbchonju)를 통해 학생과 교사를 위한 학습자료를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일선교사가 만든 사이트들은 학교 현장에 필요한 실질적인 교재를 수록하고 있는데다, 친근함을 주고 있어 교사와 학생들 모두 선호하는 정보공간이다.

광주 학강초등학교 김은수 교사의 홈페이지(210.218.22.12/finefox)는 장학자료, 주간 학습자료 등 교육자료뿐만 아니라 포토샵, HTML 등 강좌코너를 개설해 일반인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

도림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박광철 교사는 광철샘(saem4u.hompy.com)을 통해 학급경영과 교과수업에 필요한 다양한 자료를 제공해주고 있으며, 인천 효성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이건용 교사는 사이버에듀토피아(kronos.interpia98.net/∼leebibi)를 통해 교사와 학생들을 위한 학습자료와 교단에서 있었던 경험들을 일기 형식으로 소개해주고 있다.

하지만 교육정보화로 인한 크고 작은 문제들도 속출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교육정보화 담당교사에 대한 업무 과중이다.

기본적인 교과 담당은 기본이고, 학교 홈페이지 서버와 네트워크 등에 대해서도 일일이 꿰뚫어야 하는 교육정보화 담당교사 위치는 웬만한 컴퓨터 도사라도 감당하기 벅찬게 사실이다.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교육정보화를 담당하고 있는 A교사는 “리눅스 서버용 학교 홈페이지를 혼자 구축하다 보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부담스러운 것은 홈페이지 관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가끔씩은 자신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인지, 학교 시스템을 관리하는 관리자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고 토로한다. 그럼에도 자신의 힘으로 구축되어진 학교 홈페이지나 정보화 시설 등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정보화 담당교사들은 학교 단위나 지역 단위로 동호회를 구성해 좋은 교재들을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동료 교사의 연수를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를 한다. 혹시나 자신의 학교가 정보화 물결에 뒤처지지는 않을까 컴퓨터 관련 잡지를 3권이나 신청해서 보는 선생님도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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