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꼬마 스파이들 박스오피스 정복!

중앙일보

입력

쿠엔틴 타란티노의 절친한 친구로서 다양한 걸작들을 배출해온 영화악동 로베르토 로드리게즈가 연출한 가족용 모험물 〈스파이 키즈(Spy Kids)〉가 3월 30일부터 4월 1일까지의 북미 주말 흥행에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2,655만불의 놀라운 수입을 올리며 당당히 1위로 개봉하였다. 이는 97년의 〈라이어 라이어〉(3,142만불), 2000년의 〈에린 브로코비치〉(2,814만불), 99년의 〈매트릭스〉(2,779만불)에 이어 역대 3월 개봉작들 중에서 네 번째로 높은 주말 흥행성적이다.

이번 주말 북미 전역에서 새로 선보인 영화는 〈스파이 키즈〉를 포함해 모두 세 편이었는데, 애쉴리 쥬드 주연의 로맨스물 〈썸원 라이크 유(Someone Like You)〉가 1,001만불의 수입으로 2위에 랭크되었고, 코메디물 〈톰캣(Tomcats)〉은 641만불의 수입을 올려 4위에 자리잡음으로써 이번 주말 상위권은 모두 신작들로 물갈이하였다.

이들 신작들의 공세에 밀려 시거니 위버와 제니퍼 러브 휴잇이 사기꾼 모녀로 등장하는 지난 주말 1위 개봉작 〈하트브레이커스(Heartbreakers)〉는 780만불의 수입으로 두계단 내려온 3위를 기록하였고, 지난 주말 2위로 개봉하였던 〈브라더즈(The Brothers)는 560만불의 수입으로 5위로 하락하였다.

지난 주말 있었던 오스카 상 시상식에서 4개 부문씩을 시상하였던 〈와호장룡〉과 〈트래픽〉은 오스카상의 후광을 입고 지난 주말 보다 다소 오르거나 비슷한 수준인 486만불과 383만불의 수입으로 각각 8위와 9위에 랭크되었다. 한편 오스카 대결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하며 최종 승자로 확인된 〈글래디에이터〉는 577개의 제한된 극장에서 재개봉되어 45만 6,732천불의 수입을 추가하였다. 반면, 오스카 상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던 〈초콜렛〉은 224만불의 수입으로 11위에 그쳐 이번 주말 쓸쓸히 10위권 밖으로 퇴장했다.

이번 주말 흥행 12위권내 영화들(일명 Golden Dozen)이 벌어들인 총수입은 8,233만불로써 이는 지난 주말(6,767만불)에 비하여 21.7%가 증가한 성적일 뿐 아니라 〈에린 브로코비치〉와 〈엘도라도〉가 각각 1,380만불과 1,285만불의 수입으로 1위와 2위를 차지했던 작년의 같은 기간(7,588만불)과 비교할 때도 8.5%가 증가한 성적이다.

깜짝 수입을 올리며 1위로 개봉한 〈스파이 키드(Spy Kids)〉는 〈엘 마리아치〉, 〈황혼에서 새벽까지〉 등의 저예산 '성인용' 걸작들(다소간의 이견은 있었지만)을 배출했던 남미출신의 재능있는 감독 로베르트 로드리게즈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가족용' 영화이다.

영화를 만든 디멘젼사의 모회사인 미라맥스사의 공동창업자인 밥 와인스타인은 이 영화의 놀라운 흥행 성과에 대하여 "스릴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하면서, 디멘젼사에서는 〈스크림〉 등의 공포영화 뿐만 아니라 〈스파이 키즈〉와 같은 새로운 틈새 장르를 항상 공략하고자 노력해왔고 이것이 하나의 결실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 그는 발빠른 속편계획으로서, 내년도 있을 할리우드 배우들과 각본가들의 노조 파업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않는다면 팬들은 2002년 여름 속편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의 주관객인 아이들과 손을 잡고 극장을 찾은 부모들에게 68년작 〈치티치티 빵빵(Chitty Chitty Bang Bang)〉과 71년작 〈윌리 원카와 초콜렛 공장(Willy Wonka and the Chocolate Factory)〉 등의 화려한 가족용 영화들을 회상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이러한 영화들의 정신을 이어받은 듯 칼라풀한 세트와 의상, 빠른 이야기 전개로 무장하고 있다.

한때 제임스 본드만큼이나 명성이 높았던 부부 스파이 그레고리오 코르테즈(안토니오 반델라스)와 잉그리드 코르테즈(칼라 구기노)는 이제는 자신들의 두 아이 카르멘(알렉사 베가)과 주니(다릴 사바라)를 키우기 위해 스파이 임무를 은퇴한 상태이다. 세계의 지도자들의 아이들에 대한 복제 로봇을 만들어 세계를 정복하려는 음모를 가진 사악한 악당 페건 플룹(알란 커밍)은 자신들의 계획에 이용하기 위해 코르테즈 부부를 납치한다. 하지만 플룹이 간과한 것은 그들의 남겨진 아이들인 카르멘과 주니. 자신들의 부모만큼이나 스파이 기술을 가지고 있는 그들은 플룹의 위치를 추적해 부모님들을 구할 '스파이 키드'들로서의 임무에 착수하는데...

영화에는 로드리게즈와 이미 〈데스페라도〉와 〈포룸〉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 안토니오 반델라스와 함께 〈스네이크 아이즈〉의 칼라 구기노가 꼬마 스파이들의 부모를 연기하고 있고, 주인공인 꼬마 스파이들역은 〈글리머 맨〉, 〈트위스터〉의 알렉사 베가와 TV출신 다릴 사바라가 맡았다. 한편, 〈터미네이터 2〉, 〈황혼에서 새벽까지 2〉의 로버트 패트릭과 〈황혼에서 새벽까지〉의 조지 클루니가 특별 출연하고 있다.

사실 이 3500만불짜리 영화의 흥행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는데 3월 초, 북미 극장주들을 대상으로 열린 올해의 쇼웨스트 전시회에서 극장주들은 일제히 따분하다는 반응을 나타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로드리게즈 감독은 "이 영화는 내가 진정만들고 싶었던 영화이고, 이제서야 만들었다."고 각별한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극장주들과 달리 평론가들은 이 영화에 대해 개봉전부터 열광적인 애정을 표했다. 뉴욕 타임즈의 엘비스 미첼은 "어떨때는 이 영화는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라기 보다 어른들에게 큰기쁨을 안겨주기 위해 만든 영화처럼 보인다."고 평했고, 할리우드 리포터의 커크 허니컷은 "〈스파이 키즈〉는 지금까지 헐리우드가 실사 영화분야에서 이루려고 힘써왔던 한 분야를 완성시켰다. 그것은 '쿨'한 가족영화 장르이다."고 박수를 보냈으며, 데일리 뉴스 LA의 밥 스트라우스 역시 "만일 당신이 당신의 아이들로 하여금 훗날 진정한 영화 예술들을 감상하게 하고 싶다면 이 놀라운 영화로부터 시작하시라."고 극찬을 실었다. 또, 시카고 트리뷴의 마크 카로는 "이것은 디즈니의 졸작 〈형사 가젯트〉가 진정으로 되고 싶었던 바로 그 영화이다."고 평했고, 시카고 선 타임즈의 로저 에버트가 한마디로 "보물"이라고 호칭하는 등, 90% 이상의 평론가들이 이 영화에 경의를 표했다.

〈썸원 라이크 유(Some Like you)〉는 로라 지그맨의 인기 소설 〈동물 가정(Animal Husbandry)〉을 스크린으로 옮긴 데이트용 로맨스물이다.

전형적인 뉴욕 여성 제인 굿데일(애쉴리 저드)은 TV 토크쇼 프로그램에서 프로듀서로 일하며 프로로서의 성공을 꿈꾼다. 그녀에게 저돌적인 신임 기획자 레이 브라운(그렉 키니어)이 자신에게 구혼하자 제인은 세상 최고의 행복감에 젖지만 이내 레이가 까닭없이 차갑게 돌아서자 크게 상심한다. 그녀는 이러한 레이의 행동에 대한 원인을 찾던 중 레이의 행동과 야생 동물들의 행동을 비교 관찰함으로써 동물 세계로부터 남녀간의 관계를 해석하는 이론을 개발하기에 이르고, 여성적 취향을 가진 동료 에디(휴 잭맨)와 침실을 나누어 쓰면서 남자란 동물에 대해 공부해 나간다. 제인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남성잡지사 편집장인 친구 리즈(마리사 토메이)에게 알리면서 그 잡지에 컬럼도 써 나가는데, 이내 이 칼럼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로맨스의 동물적 근거를 파헤치려는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에디와의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그녀는 사랑의 감정이란 본능보다 훨씬 복잡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더블 크라임〉으로 톱스타 자리에 오른 원숙미의 애쉴리 쥬드가 주인공 제인역을 맡았고, 〈엑스 맨〉의 '울버린' 휴 잭맨과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로 오스카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되었던 그렉 키니어, 〈내 사촌 비니〉로 오스카 여우 조연상을 수상했던 마리사 토메이와 〈사랑의 바다〉의 엘렌 바킨 등이 공연하고 있다. 〈피셔 킹〉, 〈시애틀의 잠못이루는 밤〉의 린다 옵스트가 제작을 맡았고, 배우출신의 토니 골드윈이 메가폰을 잡았다.

배급사인 20세기 폭스 측은 주요관객층은 중년 여성관객들이었다고 전했다.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반응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혹평일색이었다. 빌리지 보이스의 마이클 앳킨슨은 "싱글 우먼의 우울한 기분에 대한 지나치게 얕은 해석 결과물."이라고 단정지었고, 시카고 선 타임즈의 로저 에버트는 "정말 불완전한 상황 설정."에 대해 공격하였으며, 뉴욕 포스트의 조나산 포어맨 역시 "충분히 예측가능한 김빠진 시트콤과 같은 영화."라고 평했다. 다만 이 영화에 호감을 나타낸 소수의 평론가들로서 LA 타임즈의 케빈 토마스는 "재치있고 귀여우며, 잘 구성된 영화."로 평했고, 롤링 스톤의 피터 트래비스는 "매력적으로 변덕스러운 러브 스토리."라고 칭했다.

이번 주말 개봉작중 가장 낮은 흥행성적을 기록한 〈톰캣(Tomcats)〉은 청춘배우들을 주연으로 기용한 R등급의 코미디물이다.

비록 평론가들의 혹평세례와 함께 흥행결과도 좋지 않았지만, 배급사인 소니 측은 제작비가 불과 1,100만불 밖에 들지 않았으므로 큰 손해를 볼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소니의 마케팅 및 배급 대표인 제프 블레이크는 이같은 흥행부진을 예상하였다는 듯이 "우리는 크게 다치기를 원치 않았지요."라는 말로 소극적인 흥보 및 그에 따른 낮은 흥행기대치를 대변하였다.

마이클 델라니(제리 오코넬)과 카일 브레머(제이크 부시)를 포함한 일련의 대학친구들은 자신들을 톰캣(바람둥이)이라고 믿으며 자신들은 결코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한다. 이에 이들은 계속 돈을 적립하며 최후에 총각으로 남는 자가 이 돈을 모두 가지는 것으로 룰을 정한다. 이제 시간은 흘러 배고픈 예술가 겸 만화가인 마이클과 가장 친한 친구인 카일만이 미혼으로 남는데, 마이클은 라스베가스에서 5만 1천불을 잃고 30일 이내에 이 빚을 갚지 못할 경우 카지노 보스의 손에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른다. 이제 마이클에게 남은 방법은 단 한가지, 카일을 30일안에 결혼하게 만들어 자신이 적립금 47만 5천불을 차지하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정작 카일의 신부감으로 점찍은 여인 나탈리에게 반해버린 마이클은 복잡한 심경에 빠지게 된다.

〈미션 투 마스〉와 〈스크림 2〉로 낯익은 제리 오코넬이 주인공 마이클 역을 담당하였고, 〈스타쉽 트루퍼스〉의 제이크 부시가 친구 카일 역을 연기하였으며, 〈아메리칸 파이〉의 새넌 엘리자베스가 그가 사랑에 빠지는 여인 나탈리 역을 맡았다. 감독은 그레고리 포어리어로서 이번이 데뷔작인 그는 각본 또한 담당하였다.

〈톰캣〉 역시 〈썸원 라이크 유〉보다 훨씬 더한 평론가들의 일제 공격을 받아야 했다. 오타와 시티즌의 스티븐 메이지는 "만일 당신이 13살 소년이 아니라면, 당신은 이 영화를 보는 동안 당신의 뇌세포 몇 개가 죽어가는 것을 느낄 것."이라고 야유하였고, USA 투데이의 마이크 클라크는 "최하 수준의 개그로 점철된 90분."로 단정하였으며, 시카고 선타임즈의 로저 에버트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반응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위치한 코미디물."이라고 평했다.

기타 이번 주말 10위권에 든 나머지 작품으로서, 2차 대전 당시 스탈린그라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남자들의 숙명적인 대결을 그린 대서사시 〈에너미 엣 게이트(Enemy at the Gate)〉가 541만불의 수입으로 6위를 차지하였고, 스티븐 시걸 주연의 형사 액션물 〈엑시트 와운드(Exit Wounds)〉가 525만불의 수입으로 7위에 랭크되었으며, 줄리아 로버츠, 브래드 피트주연의 코믹 어드벤처물 〈멕시칸(The Mexican)〉이 253만불의 수입으로 10위에 턱걸이하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