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소프트 머니 완전 철폐

중앙일보

입력

미국 상원이 2일 기업과 노조 등이 각 정당에 제공해온 기부금을 금지하는 선거자금법 개정안을 59대 41로 통과시킴에 따라 미국 정치가 일대 변혁을 맞게 됐다.

이 법안은 앞으로 하원 통과를 남겨두고 있고 조지 부시 W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선거자금법 개정에 대한 여론이 높아 입법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선거법 개정안의 공동제안자는 지난해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부시 후보와 싸웠던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러스 페인골드(위스콘신) 상원의원이다.

공화.민주당 의원 숫자가 각각 50명으로 나뉘어 있는 상원에서는 투표과정에서 현행법의 혜택을 더 누려온 공화당의원 상당수(38명)와 민주당 의원 일부(3명)가 반발했지만 결국 통과돼 또 하나의 교차투표(크로스 보팅)' 모델로 기록되게 됐다.

이번 선거법 개정은 1974년 이후 가장 획기적인 것이어서 워싱턴 포스트는 "4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스캔들로 점철된 선거자금 제도를 대규모로 수술하는 것" 이라고 평가했다.

선거법 개정안의 핵심은 이른바 '소프트 머니' 를 완전히 없앤 것이다.

'소프트 머니' 란 기업.노조 등 압력단체들과 개인이 정당에 내는 기부금으로 후보에게 직접 주는 '하드 머니' 와 구별된다. 현행법에는 하드머니에는 상한액이 있었지만 소프트 머니는 무제한이었다.

이에 따라 압력단체들은 정당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노려 거액의 소프트 머니를 지원하고, 정당은 자기당 후보들을 위한 광고비로 이를 지출함으로써 선거과열의 원인이 돼 왔다.

공화당의 부시와 민주당의 앨 고어가 맞붙은 지난해 대선의 경우 공화.민주 양당에 지원된 소프트 머니는 5억달러(약 6천7백억원) 정도였다. 이 때문에 "미국 정치가 돈에 염색되고 있다" 는 비판과 우려가 높았다.

개정선거법은 또 압력단체들의 각 후보에 대한 비난광고도 대선 60일 전과 예비선거 30일 전부터는 할 수 없도록 정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각 유권자가 후보에게 직접 기부할 수 있는 하드 머니의 상한액은 1천달러에서 2천달러로 올렸다.

한편 미치 매코넬(공화.켄터키)상원의원 등 법안 반대파는 개정안이 '정당에 대한 옹호' 를 표현하는 유권자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라며 위헌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ji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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