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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있는지 봐라’ 허가 받고 굴착 날짜 못 잡는 동화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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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웅전 뒤뜰의 굴착 및 복구방법과 매장물 발견 시 처리방안을 협의하자.”(동화사 측)

 “발굴허가 신청 때 이미 합의한 사항을 다시 거론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 (탈북자 김모씨)

 대구 동화사 뒤뜰에 금괴(40㎏·약 24억원)가 묻혀 있다고 주장하는 탈북자 김모(40)씨와 동화사 측이 대립하면서 금괴 확인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김씨가 문화재청에 낸 현상변경(발굴) 허가 신청이 지난달 21일 조건부로 가결됐지만 사찰 측이 이의를 제기해서다.

 대구 동구청은 문화재청과 동화사 관계자, 김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0일 동화사에서 굴착 시공을 위한 현장 설명회를 열 예정이었다. 발굴 때 국가지정문화재인 대웅전(보물 제1563호)이 훼손되지 않도록 점검하는 절차였다. 설명회에서 별다른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굴착 날짜를 정해 허가를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날인 9일 동화사 측이 갑자기 동구청에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설명회가 무산됐다. 동화사 측은 의견서에서 굴착 및 복구방법과 매장물건 발견 시 처리방안에 대해 김씨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매장물이 없을 경우 김씨의 사과와 피해보상 등을 요구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김씨와 사찰 측이 이런 부분에 합의를 해야 발굴 날짜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반발하고 있다. 그는 안전한 굴착과 복구 방법을 전문가의 의견을 거쳐 제출했고, 그 결과 조건부 발굴 결정이 났다고 강조했다. 동화사가 트집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동화사 측이 지금까지 거론조차 않던 매장물건의 처리 방안을 제기했다”며 “이는 금괴가 나올 경우에 대비해 협의를 하자는 뜻”라고 말했다. 금괴의 분배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동화사 관계자는 “당초 발굴허가 신청 때 매장 물건의 처리는 법률의 규정에 따른다고 이미 합의했다”며 “법대로 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금괴가 나올 경우 소유권 문제가 불거질 전망이다. 김씨 측은 금괴는 자신의 양아버지로부터 증여를 받은 것으로 자신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에 있는 양아버지(82)가 6·25 전쟁 중 피란 길에 그의 부친과 함께 동화사 뒤뜰에 금괴를 묻었고 이를 자신에게 넘겼다는 것이다. 금괴 매장 지점을 정확하게 지목한 것이 증거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동화사 측이 매장물이라고 주장할 경우 공방이 예상된다. 토지나 기타 물건(포장물) 속에 들어 있는 것으로서 어떤 사람의 소유인 것으로 추정되는 물건이 매장물이다. 이를 발견했을 경우 1년간 관할 경찰서장이 공고하고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발견자가 갖는다. 다만 토지 소유자와 절반씩 나눠 갖도록 민법은 규정하고 있다.

 김씨의 법률대리인인 배모(55) 변호사는 “김씨의 양아버지가 소유자라는 점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주인이 없는 물건인 만큼 민법 규정(무주물 선점)에 따라 먼저 발견하는 사람이 소유자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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