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판 나온 최시중 “대선 경선 자금으로 파이시티서 6억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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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시티 인허가 알선과 관련해 8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시중(75·사진)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17일 첫 재판에서 ‘이 돈 중 일부가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자금용으로 받은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이 나왔다. 이에 따라 대선 경선 자금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사건 초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파이시티에서 받은 돈의 성격에 대해 “대선 여론조사 경비로 썼다”고 했다가 검찰 조사에서는 “개인적 용도로 썼다”고 말을 바꿨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최 전 위원장의 변호인은 “2006~2007년 파이시티에서 6억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 돈은 인허가 청탁과는 무관하다”며 “대선이 임박해 경선 자금을 지원받는다는 차원에서 순수하게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브로커’ 이동율(60·구속기소) DY랜드건설 대표도 비슷한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2006년 3월 최 전 위원장이 나와 이정배(55) 전 파이시티 대표를 서울 H호텔로 불러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언론포럼을 운영하고 있는데 운영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이후 2006년 7월부터 2007년 6월까지 12차례에 걸쳐 한 달에 5000만원씩 모두 6억원을 여의도 대하빌딩·반포골프장 등에서 최 전 위원장의 차에 실어줬다”고 증언했다.

최 전 위원장 측은 파문이 커지자 재판 이후 “경선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언론인포럼 운영자금으로 받았다는 의미이지 경선 캠프에 흘러가 대선 후보 경선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뜻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검찰 조사에서는 ‘경선 자금’이라는 진술을 한 적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재판에선 최 전 위원장의 ‘양아들’로 알려진 정용욱(48) 전 방통위 정책보좌관이 돈 전달 과정에 개입됐다는 진술도 처음으로 나왔다. 정 전 보좌관은 2009년 김학인(49·구속기소)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의 교육방송 이사 선임 청탁 대가로 2억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으나 지난해 9월 동남아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고 있다.

 이동율 전 대표는 “정 전 보좌관이 ‘경선 과정에서 언론을 관리하느라 술값과 경비가 많이 들었으니 마지막으로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다”며 “내가 최 전 위원장께 (돈을) 드리면서 생색 좀 내자고 하고 2008년 2월 직접 최 전 위원장 사무실로 찾아가 쇼핑백에 돈을 넣어 두 번에 나눠 전달했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 사후 관리 차원에서 2억원을 건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 전 위원장 측은 이 돈 수수 사실은 부인했다. 이 전 대표는 “2007년 경선과 대선 사이에 5000만원씩 세 차례에 걸쳐 따로 정 전 보좌관에게 1억5000만원을 줬다”고도 했다.

이동현·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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