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의 글로벌 명품 주식] 런던 증시 ‘아그레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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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2012년 런던 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올림픽에는 모두 240억 파운드가 든다고 한다. 2005년 예상했던 23억7000만 파운드의 10배에 달하는 큰 돈이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자금이 투자되는 이벤트에는 늘 수혜주가 있게 마련이다. 일반적으로는 호텔·항공·스포츠업체 등을 꼽는다. 이런 평범한 업종보다 직접 연관이 있는 기업을 찾는 것이 좋다. 큰 이벤트에 특화한, 특히 올림픽 전문 업체라고 불릴 만큼 직접적인 수혜주가 있다. 런던 증시에 상장된 아그레코(Aggreko)라는 회사다.

 50년 전통의 아그레코는 발전기와 온도 조절기를 대여하는 사업을 한다. 세계 최대 발전기 대여 업체로, 100개가 넘는 국가에 148개 지점을 두고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그레코 발전기와 온도 조절기는 올림픽 같은 이벤트에 꼭 필요한 요소로 꼽힌다. 올림픽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전력이 필요하다. 또 올림픽을 즐기기 위해 찾아온 방문객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려면 단기간 충분한 전력을 제공할 발전기가 필수적이다. 온도 조절기 역시 온도에 예민한 스포츠가 진행되는 올림픽, 특히 겨울올림픽에서 빠질 수 없는 장치다. 아그레코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세계적인 이벤트를 전문적으로 맡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밴쿠버 겨울 올림픽, 2010년 피파 월드컵의 공식 전력 제공업체로 지정돼 큰 활약을 했다. 이번에 열리는 런던 올림픽에도 공식 업체로 선정됐음은 물론이다.

 아그레코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꾸준한 전략적인 합병이다. 이 회사는 1962년 네덜란드에서 출발했다. 곧 미국의 파워렌털을 인수해 미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어 2006년에는 GE의 에너지 렌털 분야를 인수할 정도로 성장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캐나다의 파워플러스 렌털을 사들였으며 계속해서 싱가포르·인도·뉴질랜드의 주요 발전기 업체를 인수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올해 수익은 크게 늘 것으로 기대된다. 올 1분기 실적은 20% 늘어 0.6%에 달하는 배당도 했다. 이번 런던 올림픽 계약 금액은 5000만 파운드(약 900억원)다. 또 최근 도미니카공화국에서도 8000만 달러(약 900억원)에 달하는 1억 와트(W)짜리 계약을 따내 올해 수익에 큰 기여를 할 전망이다.

 삭소 뱅크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여름 올림픽을 개최한 5개 국가의 증시는 그해 MSCI 지수보다 평균 16.4% 더 올랐다.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개최 국가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소시에테제네랄은 자신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영국 주식을 10% 늘리기도 했다. 각종 스포츠 경기를 즐기며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거기에서 매력적인 투자기회를 찾는 것은 어떨까. 4년에 한 번 오는 좋은 기회다.

이재경 삼성증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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