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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자리잡는 '주주 중심' 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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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결산법인의 올 주주총회에선 주주 중심의 경영체제 확립이 큰 흐름을 이뤘다. 불투명한 회계에 대해 강한 징벌이 가해졌고,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배당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면서 주가가 경영진의 자질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한국투신운용 이윤규 이사는 "주주를 우선하는 경영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 이라며 "주주를 무시하는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퇴출될 것" 이라고 말했다.

◇ 깐깐해진 회계감사 =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기업 5백71개 중 '부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이 6개, '의견 거절' 을 받은 기업이 19개, 한정 판정을 받은 기업이 22개였다. 1999 회계연도에 '부적정' 이 1개, '의견 거절' 이 12개였다.

이같은 깐깐한 회계는 대우 부실 회계로 회계법인들이 손해배상 소송에 시달리는 데다 사회 전반적으로도 투명한 회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결산에서 '의견거절' 판정을 받은 코스닥 등록기업 프로칩스의 경우 지난달 30일 최종 부도처리됐다.

◇ 목소리 높인 소액주주 = 소액주주들이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었다. 대우전자는 소액주주운동본부 대표인 임용재씨를, 서울이동통신은 소액주주 모임 회장인 박경욱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대한방직과 조광페인트 소액주주 연합의 경우 대주주가 소액주주를 대표할 수 있는 사외이사 선임을 반대하자 독자적인 사외이사 후보를 내는 등 대주주의 경영권에 도전하며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졌다.

두 회사 모두 소액주주측이 4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회사측는 'M&A전문 부티크(중개업체)를 배후에 둔 작전세력' , 소액주주측은 '주주를 경시하고 경영이 부실한 대표적 불투명 기업' 이라 비난하고 있다.

두 회사 소액주주들은 회사측과 별도로 주총을 열어 별도의 임원진을 구성한 상태다.

이밖에 이재용씨의 경영참여 문제가 초점이 된 삼성전자와 검찰의 주가조작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리타워텍 등 상당수 기업이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의 거센 항의로 곤욕을 치렀다.

기관투자가도 올 주총에 적극적으로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한국투신운용과 대한투신운용의 경우 공동으로 주총 전에 내부자 거래나 분식 회계 등의 의심이 가는 기업에 해명을 요구하고 해당 기업의 주총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 주주 중시 경영 확산 = 지난해에 비해 배당률이 높아졌고 주가 관리를 위한 자사주 소각 규정을 정관에 추가한 회사가 크게 늘어났다.

배당의 경우 지난달 28일 현재 4백61개 중 3백3개사가 배당을 실시했으며 이들의 액면배당률은 평균 13.66%로 99회계연도에 비해 4.80%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시가로 따져보면 전년도 2.53%에서 5.64%로 두배 이상 급증해 실질금리 수준을 초과하는 배당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가 관리를 위해 정관에 자사주 소각 규정을 집어 넣은 기업도 삼성전자.현대모비스.포철 등 1백개를 웃돌았고 금강고려화학.제일제당.한국전기초자 등 15개사는 중간배당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했다.

◇ 사외이사 도입 활발 = 증권거래법 시행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의 법인은 올해부터 사외이사를 50% 이상 선임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사외이사수를 늘리기보다 대부분 등기이사 수를 줄여 비율을 맞췄다. 현대건설은 만기가 된 사외이사를 1명 줄였고, 삼성전자는 등기이사를 기존의 21명에서 14명으로 7명 줄였다.

삼성그룹의 6개 주요 계열사의 전체 등기이사 수는 54명으로 주총 이전(75명)보다 21명이나 줄었다.

◇ 2세 체제 굳혀 =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주총을 기점으로 2세 체제를 굳혔다. 삼성그룹의 이재용 상무보가 경영 전면에 등장한 것이 이를 시사하고 있다.

또 롯데의 신동빈 부회장도 올해 주총을 계기로 경영 일선에 전면 부상했으며, 최태원 SK회장도 최측근들을 잇따라 경영진으로 앞세워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김시래.정재홍 기자 sr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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