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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폐경이 두려운 미혼 여성들

중앙일보

입력

#조민경(가명·35)씨는 소위 ‘잘 나가는’ 싱글여성이다. 안정된 직장에 남부러울 것 없는 외모, 원만한 대인관계까지 무엇 하나 빠질 것이 없다. 결혼 생각도 당분간은 없다. 천천히 인생을 즐기다가 마음 맞는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을 생각해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왠지 불안하다. “자칫 조기폐경이라도 돼 아이를 못 낳을까 두렵다. 이 때문에 빨리 결혼해야 하나 고민이다”고 그녀는 말한다.

 미혼 여성들 중 일부는 결혼 생각이 없어 나이가 꽤 들어서도 싱글로 지낸다. 하지만 조씨의 경우처럼, 조기폐경을 우려해 결혼을 서두르려는 여성도 있다. 결혼 여부를 떠나서 규칙적인 월경은 여성 건강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현실은, 원인불명의 조기폐경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기폐경의 원인 질환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은 정기적인 산부인과 방문과 치료가 중요하다.

유전적 염색체 이상, 자가 면역 질환 등이 원인

 그렇다면 조기폐경의 원인 질환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보통 조기폐경은 40세 이전에 무월경을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원인 불명의 경우가 많지만,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염색체 이상(유전적 요인), 자가 면역 질환, 염증성 질환, 방사선 조사 혹은 항암치료가 있다.

 조기폐경도, 보통의 폐경처럼 처음에 월경이 불규칙해지다가 무월경에 이르게 된다. 이때 안면홍조, 발한, 불면, 심계항진, 신경과민, 정서불안, 성교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같은 조기폐경에는 호르몬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정윤지 교수는 “외부에서 여성 호르몬이 공급되지 않으면 젊은 조기폐경 여성들은 골감소증이나 골다공증이 발생할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말한다.

 호르몬 치료의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폐경기 여성의 호르몬 요법과 같이 저용량의 호르몬을 사용하는 것이 있고, 경구용 피임약을 사용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하지만 경구용 피임약은, 우연히 발생할 수 있는 배란의 기회를 없애버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젊은 여성들은 저용량 호르몬 요법이 낫다. 조기폐경 환자 중에서도 5%~10% 정도는 불규칙적으로 배란이 되는 경우가 있으며, 1%에서는 정상임신이 된 경우도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호르몬 치료를 지속하지 않았던 군에서보다 호르몬 치료를 지속했던 군에서 임신율이 더 높았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조기폐경 환자에게 호르몬 치료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정교수는 말한다.

호르몬 치료 하지 않을 때 심혈관계 질환 위험 커

 하지만 호르몬 치료를 받게 되는 여성들은 불안감에 빠져들기 쉽다. 젊은 나이에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암이나 성인병이 발생하지는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정 교수는 “여성호르몬이 부족한 상태이므로 반드시 보충해야 하며, 훨씬 젊은 나이에 치료를 하기 때문에 다른 병의 발생 위험도는 높지 않다”고 조언했다. 오히려 호르몬 치료를 시행하지 않을 때 조기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호르몬 치료를 받을 때는 적절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생활이 중요하다. 골건강을 위해 칼슘과 비타민D를 섭취해야 하고, 금연도 반드시 해야 한다.

 한편 “조기폐경의 원인질환을 갖고 있지 않은 여성들도, 정기적인 산부인과 진료와 함께 자신의 월경 주기를 잘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정 교수는 말한다. 조기폐경을 예방할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은 없지만, 월경 주기 및 양상의 변화와 부정출혈, 골반통과 같은 증상을 미리 발견하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조기폐경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기보다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정기검진을 생활화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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