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夢 몽

중앙일보

입력

꿈 몽(夢)은 잠을 자고 있는 사람을 표현한 것이라 한다. 맨 위의 초(<8279>)는 눈썹의 상형이며, 그 아래 망(<7F52>)은 눈을 상형화한 것이다. 눈썹과 눈 아래에 있는 멱(<5196>)은 덮고 있는 천을 뜻한다고 하기도 하고, 또는 사람 인(人)의 변형이라는 해석도 있다. 맨 아래에 있는 석(夕)은 반달 모양이 변한 글자로 저녁을 의미한다. 몽(夢)은 따라서 저녁에 이불 덮고 잠을 자면서 보게 되는 것, 즉 꿈이라는 의미를 갖게 된다.

꿈 하면 우선 현실과는 유리된 것으로, 분명치 않고 흐리멍덩한 상태를 떠올리게 된다. 꿈인지 생시인지 어렴풋한 상태인 비몽사몽(非夢似夢)이 그렇고, 술에 취한 듯 살다가 꿈을 꾸듯이 죽는다는 뜻과 같이 이렇다 할 삶의 의미도 없이 살다 가는 취생몽사(醉生夢死) 또한 그렇다.

몽(夢)은 특히 허무한 인생을 비유하는 성어에 자주 등장한다. 남쪽 가지 밑에서 순우분(淳于<68FC>)이 꾼 꿈이라는 뜻의 남가일몽(南柯一夢)이나, 노생(盧生)이 한단(邯鄲)에서 메조밥을 지을 잠깐 사이에 꾸었다는 한단지몽(邯鄲之夢) 등은 모두 일생(一生)의 부귀영화(富貴榮華)가 한낱 꿈에 지나지 않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여기엔 인생이 봄날의 한바탕 꿈인 일장춘몽(一場春夢)과도 같이 덧없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같은 꿈이 장자(莊子)에 이르면 철학적 경지에 오르게 된다. 장자가 어느 날 꿈을 꾸었다. 자신이 나비가 되어 즐겁게 날아다니는 꿈이다. 잠에서 깬 장자는 자기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꿈에 장자가 된 것인지를 분간할 수 없다고 했다. 꿈이 현실인지, 아니면 현실이 꿈인지. 장자가 말하고자 한 것은 그가 나비이고, 나비가 그이기도 한, 즉 피아(彼我)의 구별을 잊은 물아(物我) 일체의 경지라 한다. 이른바 호접몽(胡蝶夢)이다. 오늘날엔 인생의 덧없음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슬로건으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내세웠다. 사람마다 꿈은 다를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붕몽의생(鵬夢蟻生)의 정신이다. 꿈은 대붕처럼 크게 갖되 생활은 개미처럼 부지런히 하자는 말이다. 현실에 발을 딛지 않으면 꿈속에 꿈 이야기를 하는 몽중설몽(夢中說夢)에 그칠 것이다.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scyo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