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건강 챙기는 금연엔 동의 … 끊게 하는 방식엔 이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직원의 건강을 우선하고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 ‘금연 정책’에 동의하지만 일방적인 규제는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기업 김모(42) 차장은 “담배를 많이 피우는 이유는 그만큼 직장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많은데 이를 가장 빨리 해소할 수 있는 게 술·담배이기 때문”이라며 “다른 돌파구는 없고 스트레스는 그대로인데 집에서 피는 담배까지 무작정 끊으라고 하니 답답하다”고 털어놓았다. 실제 애연가들의 반발이 심해 사내 흡연소를 그대로 유지하는 곳도 있다. LG전자의 경우 여의도 트윈타워 지하 1층 외부 통로 침상원(Sunken Garden·지면보다 한 층 낮은 정원) 옆에 위치한 흡연실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 LG전자 창원공장의 경우 지난해 12월 공장 전 지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며 사내 26개 흡연장을 모두 쉼터로 바꿨다가 노조의 반발에 의해 임시 흡연장을 설치하기도 했다. 금연을 장려하지만 속도 빠른 금연 규제보다는 금연펀드 등을 통해 장기적 금연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부에서는 기업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고 주장한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 장경수 회장은 “금연 정책을 확대 실시한다면 동시에 흡연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한데 담배라는 합법적인 상품을 소비하는 소비자에게 흡연자라는 이유로 채용, 승진, 해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적 합의 없이 금연 운동을 추진하면서 금연자의 권리만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기업이 불이익을 주는 것보다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게 더 효과적인 대응”이라고 말했다.

 홍익대 장용근 법학과 교수는 “반도체처럼 미세한 담배 연기만으로도 치명적 결함이 있을 수 있다면 당연히 제한될 수 있으나 사회분위기에 흘러 일방적인 금연정책을 통해 채용과 승진을 규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제한된 영역, 또는 베란다 같은 사적 영역에서조차 흡연이 허용되지 않은 채 소변검사 등을 통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다면 이는 직업 선택·수행의 자유를 넘어 근로의 권리와도 관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