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A, 무선인터넷 날개단다!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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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우체국의 유상근(37)씨는 올해로 11년째를 맞는 중견 집배원이다. 우편 배달이 직업인 그에게도 요즘 정보화는 남의 일이 아니다. 그가 일하는 우체국에서 요즘 PDA(Personal Digital Assistance)라는 개인용 휴대 단말기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PDA 보급 덕택에 그는 수작업으로 일일이 처리해야 했던 등기우편 관리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었다. 그가 하루에 배달하는 등기 우편물은 80∼1백20여 통. 컴퓨터에 PDA 단말기를 꽂아 연결만 시키면 자동으로 배달 리스트들이 PDA에 입력된다. 입력이 끝나면 두툼한 배달장 대신 PDA를 들고 일을 나선다.

가정에 우편물을 배달할 때도 수취인의 도장이나 지장을 요구하는 일도 없어졌다. PDA의 문자 인식창에 사인을 하면, 그림파일로 저장되기 때문이다. 이 그림파일은 DB화되어 수취인 확인자료로 사용된다.

유씨는 “업무가 간편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어려움도 많다”고 말했다. “동료들 중에는 배달 나갔다가 잘못 버튼을 눌러 배달 리스트를 모두 지워버려 다시 들어오거나 떨어뜨려서 기기를 파손시킨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체신청은 올해 초부터 서울 노원우체국을 비롯, 전국 3개 우체국에 시범적으로 PDA를 도입했다. 노원우체국의 경우 70여명의 집배원들이 모두 이 PDA를 활용, 등기우편물 배달 업무에 나서고 있는 것.

노원우체국의 여한옥 국장은 “집배원 대부분이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서 “하지만 버튼 몇 개만 누르면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상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체신청은 올 상반기까지 시범운영을 거쳐 순차적으로 전국 우체국을 대상으로 PDA를 보급할 예정이다.

우체국·지자체 등 영업용 PDA 보급 확산

초등학생들을 위한 교육용 PDA도 눈길을 끌고 있다. 초등학생 교육 전문업체인 이젠코리아에서는 3월부터 PDA 가정교사 ‘포티’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월 5만원의 회원으로 가입하면 무료로 PDA를 나누어주고 교육에 활용하도록 한 것. 국어, 수학, 사회 등 초등학교 전 과목을 무선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고 있으며 인터넷 웹 사이트인 애니키드(http://anykid.co.kr) 사이트와 연계, 유무선 통합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매일 학과 진도에 맞춘 핵심 정리와 요약 등 학과 정보를 회원의 PDA로 전송하면 학생들은 이 단말기를 이용, 문제를 푸는 쌍방향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교육 효과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호기심 많은 어린 학생들에게 흥미를 주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보험과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업무용 PDA가 용도와 범위를 넓히며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와 의정부, 군산시 등 일부 지방 자치단체에서는 지난 연말부터 자동차세 체납 단속 업무에 PDA를 활용하고 있다. 단속 공무원들은 체납 자료를 자신의 PDA에 저장, 이 단말기를 휴대하고 다닌다. 현장에서 바로 단속차량 정보를 검색 및 열람할 수 있게 됐다. 단속된 차량정보는 DB에 저장시켜 활용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도 도면관리 시스템과 작업관리에 PDA를 활용하는 사례가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도곡동 타워팰리스 현장에 도입, 성과를 거두었다. 제조업체의 판매 및 재고관리에도 PDA가 사용되고 있다. 아이팩이라는 브랜드로 지난 해 9월부터 PDA를 공급하고 있는 컴팩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판매된 제품 중 80%가 기업용 수요였다”며 “LG전자에 2천1백 대를 공급한데 이어, 필립모리스 4백여 대, 한국농수산물센터에 3백50여 대를 공급했다”고 말했다.

기업용 단말기 보급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제이텔의 신주용 부장도 "기업에서 어차피 정보기기를 지급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노트북을 한 대씩 지급하는 것보다는 훨씬 경제적이고 활용도도 많다"고 말했다.

PDA와 휴대폰 결합 러시 이룰듯

PDA 업계 또 하나의 이슈는 무선 인터넷이다. 지금까지 무선 인터넷이라면 휴대폰을 떠올렸다. 하지만 휴대폰의 액정화면은 너무 작다. 메일을 주고 받는 것이 고작이다. 그 작은 화면으로 웹 서핑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PDA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그 정도의 화면이면 충분히 웹에 접속해서 정보를 제공받는데 불편함이 없다. 하지만 PDA를 이용,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케이블로 휴대폰을 연결해야 한다. 게다가 모든 휴대폰에 맞는 케이블도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통신기능이 내장된 PDA의 등장이다.

현재 각 업체가 이동통신업체와 짝을 짓고 이 휴대폰 기능이 첨가된 PDA 단말기 보급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다. 미국 팜社와 일본 카시오 제품을 국내에 독점 공급해온 세스컴은 자체 브랜드 ‘럭시앙’ 개발을 끝내고 한국통신 프리텔과 공동 마케팅으로 제품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세스컴의 전병엽 사장은 “80억원 가량 투자해 신제품 개발을 완료한 상태”라며 “내부에 CDMA 모듈을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휴대폰으로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무선 인터넷을 위한 최적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스컴은 이 단말기를 59만원의 가격에 한국통신 프리텔 대리점을 통해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엠플러스텍의 ‘제스’와 컴팩코리아의 ‘아이팩’도 LG텔레콤과 손잡고 무선 인터넷용 PDA를 선보일 예정이다. 4월 이후면 거의 모든 이동통신업체에서 무선 인터넷 기능이 내장된 PDA를 공급할 예정이다.

세스컴의 황준호 이사는 “앞으로 PDA는 개인정보 단말기로써가 아니라 무선 인터넷 단말기의 기능이 더 부각될 것”이라며 “IMT 2000으로 가는 중간단계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가격. 60만원 대에 육박하는 고가 제품이기 때문에 급속한 보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휴대폰 보급 초기처럼 보조금 제도가 부활되기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단돈 몇 만원으로 자유자재로 무선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고 휴대폰 기능까지 첨가된 PDA를 가질 수 있다면 PDA의 보급은 날개를 달개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이텔의 셀빅, 시장 60% 장악

전체 PDA 시장에서는 제이텔의 셀빅이 독주 태세를 굳혔다. 제이텔의 신주용 부장은 “99년 말 홈쇼핑 채널에 소개했을 때 30분간 20여 대가 팔리는데 그쳤다. 하지만 지난 연말 똑같은 시간에 8백여 대가 팔리는 성과를 거두었다”며 “지난 해 초 월 1천∼1천5백 대 규모로 판매됐으나 올해는 5∼6천 대 수준으로 5배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제이텔의 셀빅 시리즈는 현재 국내 PDA 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작년 9월부터 시장에 뛰어든 컴팩의 아이팩은 지난 해 말 3개월 동안 5천2백여 대를 판매한데 이어 올해 초 월 평균 3천5백 대를 판매하고 있다.

반면 세계 PDA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한다는 팜社의 팜 시리즈는 국내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컬러 모니터에 동영상으로 영화도 볼 수 있다는 카시오의 카시오페이아도 비싼 가격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팜과 카시오를 독점 판매하는 세스컴의 황준호 이사는 “가뜩이나 가격이 비싼 데다가 환율까지 1천3백원 대에 육박하고 있다”며 “카시오페이아의 경우 80만원 대의 고가격이 판매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국HP의 조나다, 엠플러스텍의 제스가 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개인용 PDA 시장은 전자수첩 기능을 대신하는 개인정보단말기 용도의 저가형과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고급형으로 시장이 양분되고 있는 추세다.

팜이나 카시오의 경우 고가임에도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으며 음악이나 영화 등을 선호하는 젊은 마니아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편이다. 통신 동호회를 통해 사용자들간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직장인들을 비롯한 순수한 업무 용도로는 20∼30만원 대의 저가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제이텔의 신부장은 “PDA는 전자수첩 기능을 보강한 개인용 정보단말기다. PDA를 가지고 컬러 모니터에 동영상을 볼 수 있는 것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기능을 최소화한 저가형으로 시장을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학 기자(zeffy@joongang.co.kr)
자료제공 : i-Weekly(http://www.i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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