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갈 곳 없어진 천안시개발위원회…대전저축 파산 후 사무실 못구해 발만 동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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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개발위원회가 20여 년 동안 무상으로 사용해 온 사무실(대전저축은행 천안지점 3층)을 비워줘야 할 상황에 놓였다.

대전저축은행이 지난 2월 파산선고를 받음에 따라 천안지점 사옥도 매각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홍기 천안시개발위원회 회장은 “천안시에 무상으로 사용할만한 사무실을 요청했지만 최근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다른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사단법인으로 새 출발한 천안시개발위원회는 창립 이후 28년 동안 주민 숙원사업에 대한 서명운동과 청원활동, 불우이웃을 위한 봉사활동 등을 펼쳐왔다.

사무실을 내줘야 할 형편에 놓인 천안시개발위원회는 2010년 사단법인 설립 절차를 진행할 때 대전저축은행과 올 12월 만료의 무상임대계약서(무상사용승락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파산에 따른 청산절차가 진행 중이라 당장 사무실을 내줘야 할 형편이다. 12월까지 사무실을 쓰겠다고 버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사옥 매각이 원활히 추진돼야 예금피해자 보상절차도 원활히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을 계속 점유할 경우 그만큼 청산절차는 뒤로 미뤄지게 된다. 게다가 사무실에 대한 명도소송도 진행 중이어서 조만간 사무실을 비워줘야 하는데 마땅한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와 관련 대전저축은행 천안지점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20여 년 동안 무상으로 사무실을 빌려 써놓고 이제 와서 갈 곳이 없다고 버티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지역인사 다수가 회원인 단체에서 사무실 하나 구하지 못해 예금자들의 피해를 외면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안시개발위원회 입장은 다르다. 이 회장은 “그동안 무상으로 사무실을 사용해 온건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갑작스런 파산으로 매각절차가 진행되면서 천안시개발위원회 역시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영리보다는 지역봉사를 위해 창립한 단체인 만큼 배려해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 회장은 “회원 개인에게 부담을 지워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이사회를 여러 차례 열었고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찾고 있다. 안 나가겠다고 버티는 상황이 아닌 만큼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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