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력·음식 등 다양한 발병 원인 … 기름진 음식 섭취 줄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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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소화기암 하면 위암을 먼저 떠올렸다. 대장암은 서양에서 흔한 병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식생활습관이 서구식으로 변하며 대장암이 급증하고 있다. 다행히 대장암은 간·폐암처럼 진행이 빠른 암이 아니다. 조기에 발견하면 대부분 완치된다. 대장암 수술 명의 세브란스병원 외과 이강영 교수에게 대장암에 대해 들었다.

-대장암이 생기는 이유는.

가족력·유전·음식·생활습관 등 다양한 요소가 대장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암의 약 5%는 유전성 대장암으로 분류된다. 유전성 대장암이 아니지만 직계 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으면 나머지 가족의 대장암 발병 위험이 2~8배 높다.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용종은 잘 관찰해야 한다. 한번 용종이 생기면 다시 생길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3배 높다. 용종 절제 후 6개월~1년 후 다시 확인해야 한다. 대장암은 연령에 비례해 발생한다. 환자의 90% 이상이 50세 이상이다. 염증성장질환을 앓았던 사람은 대장암 위험이 높다. 염증성장질환은 대장암 발병 위험을 4~20배 증가시킨다.

-대장암은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 증상을 나타났을 땐 이미 진행된 암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장암이 진행됐을 때 나타나는 전신증상이 있다. ▶체중을 줄이려는 노력 없이도 나타나는 체중 감소 ▶심한 피로감 ▶식욕부진 ▶구역 또는 구토 ▶빈혈 ▶황달 등이다. 대장은 길이가 길고 뱃속에서 ‘ㅁ’자 모양으로 꺾여 있어 암이 발생할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다를 수 있다.

-어떻게 치료하나.

수술·항암화학요법·방사선 치료가 있다. 수술은 배를 열고 하는 개복수술과 복강경 수술이 있다. 복강경 수술은 배에 구멍 몇 개를 뚫고, 이 구멍을 통해 카메라와 수술도구를 넣어 암이 있는 대장을 잘라내 끄집어낸다. 복강경 수술은 암이 많이 진행되지 않은 조기 암에 적용된다. 절개 부위와 출혈이 적어 환자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조기 대장암 중에는 내시경 수술만으로 가능한 경우도 있다. 항암제는 수술 후 재발 위험을 낮추고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 보조적으로 사용된다. 또 암이 재발했을 때나 다른 곳으로 옮겨간 전이암에도 적용한다. 항암화확요법을 대장암의 보조적 요법으로 사용하면 재발률 35%, 사망률 24%를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대장암 세포만 잡는 표적항암제도 나왔다. 방사선 치료는 항암제와 함께 사용한다.

-직장암 환자는 모두 인공항문을 달아야 하나.

직장암 수술을 받는다고 모두 인공항문(장루·腸瘻)을 다는 것은 아니다. 장루는 대변을 체외로 배설하기 위해 배에 구멍을 뚫어 만든다. 소장과 대장의 일부를 배 밖으로 빼 배 피부와 함께 봉합하면 장루가 만들어진다. 최근 의술이 발달하며 직장암 환자도 대부분 항문을 살릴 수 있다. 직장암으로 수술받은 환자의 10% 미만이 인공항문을 만든다. 장루에 단 주머니를 교환하면 생활한다. 장루환자는 음식을 잘 씹어 먹어야 한다.

-수술 후 음식 조절은 어떻게 해야 하나.

수술 직후와 회복기간에 따라 식사를 달리해야 한다. 수술 직후 1~2개월은 회복을 위해 육류의 살코기·생선·두부·달걀 등 고단백음식과 고칼로리 식사를 해야한다. 수술 후 6주간 줄여야 할 음식도 있다. 고구마·통밀빵·미숫가루·해조류 등 섬유질이 많은 음식은 피한다. 과일과 채소는 껍질과 씨를 제거한 후 먹는다. 섬유소가 있는 채소·과일·도정이 덜된 곡류에는 항산화물질과 유익한 무기질이 있어 점차 섭취를 늘린다.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유전적 요인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몇 가지 생활수칙을 기억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고칼로리 식품 섭취를 줄이고 정기적인 운동으로 정상체중을 유지한다. 삼겹살·갈비·튀김·부침·중국음식 등 기름진 음식 섭취를 줄인다. 금연과 절주도 예방 항목이다. 비타민A·C·E가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매일 섭취하면 좋다. 잡곡류·콩류·채소류·해조류 등 충분한 섬유소 섭취는 대변 배출을 도와 독소가 대장에 머무는 시간을 줄인다. 저지방 우유와 유제품을 매일 섭취해 칼슘을 보충한다. 특히 대장내시경검사를 통한 정기검진이 중요하다. 대장암으로 발전하는 용종을 빨리 제거할 수 있다. 대장내시경은 50세 이상이면 5년에 한번 받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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