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분 단위로 빌려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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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회사원 이영준(39)씨는 미국 뉴욕에 출장갈 때마다 공항에서 사촌 동생의 마중을 받는다. 유학생인 사촌 동생은 자가용이 없지만 시간 단위로 카셰어링(Car sharing) 업체인 ‘집카(Zipcar)’에서 차를 빌려 탄다. 이씨는 “사촌 동생이 하루 단위를 기본으로 빌려야 하는 렌터카보다 편리하다며 카셰어링업체의 차를 주로 이용한다”며 “간단한 회원 가입과 함께 인터넷을 통해 쉽게 빌릴 수 있어 참 편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젠 이씨도 서울에서 카셰어링을 통해 차를 빌릴 수 있게 된다. 그것도 친환경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민간 업체와 함께 10월부터 전기차 200대로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12일 밝혔다. 카셰어링은 렌터카와는 운영방식이 다르다. 렌터카는 일반적으로 해당 업체의 주차장에서 빌려야 하지만, 카셰어링은 집 근처 주차장에서 차를 필요한 만큼만 쓰고 돌려주는 방식이다. 렌터카 업체는 하루를 기본으로 최소 8시간 단위부터 차를 빌려주지만, 카셰어링 서비스는 시간 단위에서 분 단위까지 쪼개 빌려준다. 또 렌터카는 회원이 아니더라도 빌릴 수 있지만, 서울시 카셰어링은 회원만 이용할 수 있다.

 시는 LG CNS·코레일네트웍스·한국카쉐어링·KT렌탈과 업무협약을 맺고 대당 3000만원(국비 1500만원, 시비 15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국산 첫 양산형 전기차인 기아 레이EV는 판매 가격이 4500만원이어서 업체는 1500만원을 부담하면 된다. 이용 요금은 사업자에 따라 다르게 정해지지만 현재 렌터카 업체의 요금(시간당 6000~1만원)보다는 낮게 책정될 예정이다.

 시는 사업의 조기 정착을 위해 자가용을 팔거나 폐차한 뒤 카셰어링 서비스에 가입하는 회원에게는 연회비 면제, 포인트 지급 혜택을 줄 예정이다. 시민이 쉽게 전기차를 예약할 수 있도록 통합 인터넷 사이트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든다. 우선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과 구로디지털단지 등 두 지역의 공영주차장에서 시범 운영한다.

 문제는 충전 시설 부족이다. 현재 서울시내 급속충전시설은 25곳밖에 없다. 레이EV는 1회 충전 시 최대 91㎞(복합연비 기준)까지 주행할 수 있다. 서울시청~인천공항의 왕복거리가 약 120㎞임을 감안하면 공항 마중도 어렵다는 얘기다. 정흥순 서울시 친환경교통과장은 “카셰어링은 일단 도시 내 단거리 주행을 기본으로 만든 시스템”이라며 “전기차 셰어링 확산을 대비하기 위해 2015년까지 급속충전시설을 200곳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집카(Zipcar)=2000년 미국 보스턴 대학가에서 등장해 카셰어링을 상업적으로 성공시켰다. 현재 미국·캐나다·영국의 대학가와 대도시를 중심으로 230개 도시에서 9000대의 차량을 빌려준다. 회원 70만 명. 연회비로 미국에선 60달러(약 7만원)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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