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권 급매물 거래 솔솔…"전셋값 올려주느니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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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주택시장에 한 차례 파도가 밀려들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하반기 1만4000여 가구 전세계약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잠실동은 2006년 12월 이후 2년간 새 아파트 1만7000여 가구 입주가 몰렸다. 이후 전세 재계약 시점인 짝수 연도마다 전세물건이 대량 쏟아지면서 주택시장이 술렁였다. 대개 전세계약은 2년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올해 잠실 리센츠(2008년 7월 입주) 5562가구를 시작으로 잠실엘스(2008년 9월 입주) 5678가구, 레이크팰리스(2006년 12월 입주) 2678가구가 입주 4년 혹은 6년차를 맞는다. 여기에 신천동 잠실 파크리오(2008년 10월 입주) 6864가구를 더하면 1만7000여 가구 규모다.

이 때문에 최근 전셋값이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은 올 들어 잠잠하지만 잠실동은 예외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에 따르면 최근 한달 새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2% 떨어졌지만 잠실동은 0.16% 올랐다.

현재 리센츠 59㎡형(이하 전용면적) 전세시세는 4억1000만원선, 84㎡형은 4억5000만원선이다. 레이크팰리스도 59㎡형은 3억8000만~4억1000만원은 내야 전세를 들어갈 수 있다. 엘스는 84㎡형 전세가 4억5000만원에 나온다. 이들 단지 전셋값은 2년 전보다 7000만~1억원 올랐다. 2년 전에 전세를 들어간 세입자라면 7000만~1억원을 더 내야 계속 살 수 있는 셈이다.

▲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시장이 술렁인다. 전세 재계약 시기가 도래해 전셋값이 뛰고 있고 일부는 비싼 전셋값 부담을 지느니 차라리 매매에 나서면서 급매물 거래도 늘어나는 추세다. 사진은 신천동 파크리오 아파트 모습.


하지만 전셋값은 한동안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개 전세물건이 많을 때는 전셋값이 싸지지만 이들 단지는 재계약률이 높아 실제로 거래될 물건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성리센츠공인(02-422-1155) 관계자는 “전셋값도 올랐고 전세물건도 많이 나올 시기이지만 주거만족도가 높아 재계약률이 7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세 100가구 중 30가구만 매물로 나온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전세물건이 나오지는 않지만 거래는 활발한 편이다.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리센츠는 1월 76건, 2월 78건, 3월 73건, 4월 60건의 전‧월세 거래가 이뤄졌다. 레이크팰리스는 월 평균 30건, 엘스는 60건의 전‧월세 거래가 체결됐다.

단지 안에 각급 학교 있고 교통 편해 주거만족도 높아

전세시장이 들썩이면서 급매물 거래도 솔솔 이뤄지고 있다. 잠실삼성공인(02-415-5500)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전용 84㎡형 9억원 이하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조용히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올 들어 리센츠는 매월 평균 10건의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4월은 18건이 거래됐다. 엘스도 2월 14건, 3월 18건, 4월 20건의 매매가 이뤄졌다.

엘스 84㎡형은 바로 입주할 수 있는 중층 매물이 8억4000만원에 나온다. 한강조망을 할 수 있는 매물도 8억5000만원에 살 수 있다. 리센츠 59㎡형은 6억6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온다.

전세를 살고 있는 세입자 중 이사는 싫고 전셋값을 1억원 올리느니 급매물을 사겠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 단지는 평균 5000가구 규모의 대단지라 단지 안에 초‧중‧고교가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자녀가 있는 경우 이사를 하면 아이들을 전학시키거나 통학거리가 길어져 생활권을 유지하려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교통도 편리한 편이다. 리센츠의 경우 지하철 2호선 신천역이 단지와 연결되고 엘스도 지하철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어 역세권에 속한다. 도심에서 보기 드물게 한강 조망(일부가구)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으로 꼽힌다.

여기에 전세가율이 50%를 넘어 급매물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살던 세입자의 경우 오른 전셋값을 마련하려면 어차피 대출을 받아야 해 대출액을 조금 더 늘여 이참에 급매물을 사려고 한다는 것이다. 투자자의 경우 전세가율이 높으면 자금부담이 덜 하다.

월드공인(02-412-3000) 관계자는 “한번 이사오면 아이들이 대학에 갈 때까지는 되도록 전학을 시키지 않으려는 학부모가 많다”며 “워낙 값이 많이 빠진 데다 9호선 연장선, 제2롯데빌딩 등 호재도 있고 수요가 끊이지 않는 곳이라 관망하고 있는 대기수요는 움직일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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