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애니메이션 교류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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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은 지난달 '심청전' 을 각색한 극장용 애니메이션 '왕후심청' 을 공동 제작하기로 계약했다.

남한의 한 만화영화 제작사의 제안에 따라 이뤄진 이번 계약에서 북한의 4.26 아동영화촬영소(총장 김철진) 는 총 80분에 달하는 제작 분량 가운데 레이아웃을 비롯, 원화.동화.배경그림 등 40분 분량의 작업을 맡게 됐다.

지난 1월 하나로통신도 북한과 3D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게으른 고양이 딩가' 를 공동 제작키로 합의해 만화영화 분야에서 남북 합작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북한의 만화영화 제작은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해 '외화벌이' 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985년부터는 해외시장에도 눈을 돌려 프랑스.이탈리아 등으로부터 만화영화를 수주,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그동안 이탈리아로부터 수주한 '사자왕 싱바' 를 비롯, '라이언킹' '레미제라블' '헤라클레스' '포카혼타스' 등의 만화영화를 제작했다.

올해 북한은 프랑스에서 '고양이 빌리' '토르갈' , 스페인에서 '나이고타' '바다탐험' 등 35㎜ 극장용 만화영화를 수주해 제작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 만화영화의 산실은 4.26 아동영화촬영소다. 이 촬영소는 97년 과학교육영화촬영소로부터 독립, 어린이용 영화 제작을 전담하는 영화제작단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곳에서는 만화영화뿐 아니라 인형영화ㆍ지형영화(종이로 만든 동식물 등의 도구를 사용해 만든 영화) 등도 만든다.

평양 대동강변에 위치한 이 촬영소는 다섯개의 스튜디오를 갖고 있으며 프랑스.이탈리아 등 주로 유럽국가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합작 생산한다. 그러나 해외 수출에 비해 북한 어린이를 위한 만화영화 제작 편수는 연 10여편에 그치고 있다. 제작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북한을 대표하는 만화영화로는 '다람이와 고슴도치' (77년~) , '소년장수' (82~97년) , '령리한 너구리' (87년~)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아들의 역정을 그린 '소년장수' (50부작) 는 방영될 때마다 "소년장수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가" "계속편을 빨리 방영해 달라" 는 등의 편지와 전화가 시청자들로부터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통일연구원 이우영(李宇榮) 연구위원은 "북한 만화영화의 기술력이 할리우드에 뒤지지 않는 만큼 남북협력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 만화영화들은 '북한네트' () 미디어코너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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