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회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러셀 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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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뒤 러셀 크로(36) 는 감격한 나머지 "감사하다" 는 말만 연발할 뿐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 7년전 활동 무대였던 호주를 떠나 홀홀단신 미국으로 날아온 낯선 연기자가 할리우드의 영웅이 되는 순간이었다.

강렬하면서도 때론 우수 어린 눈빛 연기를 보여준 그가 없었다면 '글래디에이터' 가 작품상을 받았을까 싶을 정도로 극중 그의 카리스마는 빛났다. '캐스트 어웨이' 로 사상 처음으로 남우 주연상 세번째 수상을 노린 톰 행크스도 러셀 크로의 상승세는 막지 못했다.

뉴질랜드 출생인 러셀 크로는 멜 깁슨과 함께 오세아니아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이자 다재다능한 연기자로 꼽힌다. 호주 TV에서 아역배우로 연기활동을 시작한 그는 촬영기사인 할아버지와 촬영 세트장에 음식을 공급하는 일을 했던 부모 밑에서 자라 영화는 어쩌면 숙명이었는지도 모른다.

데뷔작은 90년 '피의 맹세' .이후 호주에서 '증거' (91년) , '이유없는 반항' (92년) 등에서 열연하며 호주의 영화상을 휩쓸고 뮤지션.DJ로도 재능을 발휘했다.

그러나 호주의 무대가 좁았던지 샤론 스톤의 '퀵 앤드 데드' (95년) 에 출연하며 할리우드로 건너왔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노 웨이 백' (96년) , 'LA 컨피덴설' (97년) , '인사이더' (99년) 등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커티스 핸슨 감독의 'LA 컨피덴셜' 에서는 여성에겐 한없이 약하면서도 폭력과 불의에는 단호하게 맞서는 형사 역으로 여성팬을 끌어당기며 스타덤에 올랐다.

또 대기업의 비밀을 폭로하는 담배회사 중역 제프리 위겐드 박사 역을 맡은 '인사이더' 로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에게 아카데미를 안겨준 '글래디에이터' 는 로마의 막시무스 장군이 배신당해 노예로 전락하자 검투사로 재기, 억울한 죽음을 당한 가족의 복수를 한다는 내용의 로마시대 서사극이다.

'무사와 검투사의 대결' 로 불린 '와호장룡' 과의 본선 경쟁에서 '글래디에이터' 가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 주요 상을 독식함으로써 결국 검투사의 승리로 끝난 셈이다.

1억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2년간 제작한 스펙터클 영화 '글래디에이터' 에서 그는 용기와 위엄을 동시에 갖춘 한 시대 장수로서의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서울 강변CGV에서는 '글래디에이터' 를 26일부터 30일까지 또다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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