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해 못할 '지하철 복권' 청소년 사행심 조장

중앙일보

입력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 도시철도공사(http://www.smrt.co.kr)가 승차권 자동판매기 이용을 권장한다며 탁상행정식 '승차권 복권제도' 를 도입키로 해 논란이 일고있다. 특히 복권 당첨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승차권을 구입한 뒤 일정기간 사용하지 않고 보관해야해 비현실적인 상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 지하철 복권=도시철도공사는 다음달 15일부터 9월말까지 지하철 5~8호선 역사의 자판기에서 구입한 승차권을 대상으로 복권제를 실시한다고 26일 밝혔다.

이 제도는 ▶인터넷 복권 업체인 ㈜조이락의 사이트에 승객들이 구입한 승차권에 인쇄된 역 고유번호 네자리를 입력하면

▶업체측이 주택복권 형식(O조OOOOOO)의 뒤 여섯자리에 이를 일렬로 배열하고

▶승객들이 나머지 세 숫자를 마음대로 채우는 방식이다. 공사측은 매주 일요일 주택복권 당첨 번호가 발표되면 같은 번호를 등록한 사람에게 업체가 부담하는 상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상금은 정액권의 경우 1등 2천만원, 2등 3백만원, 3등 50만원이며 1회권은 1등 1백만원, 2등 20만원, 3등 1만원권 정액권 3장 등이다.

◇ 어처구니 없는 발상=복권에 응모하기 위해서는 1회권을 산 승객들은 최대 일주일간 보관해야 한다. 지하철을 이용할 승차권 외에 복권 응모용을 추가로 사야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응모 회수를 늘리기 위한 가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회사원 주영기(31.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씨는 "쓰지도 않을 승차권을 미리 구입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 며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는지 의아하다" 고 갸우뚱했다.

또 당첨 확률이 너무 낮아 시민들을 우롱한다는 지적이다. 공사측이 밝힌 확률은 주택복권과 비슷한 3백60만분의 1 수준.

공사측이 추정하는 응모 건수도 매주 8만~19만건으로 주택복권에 비해 매우 적어 1등 당첨은 '하늘의 별 따기' 인 셈이다.

이와 함께 12세 미만 어린이용 할인권을 빼고는 자판기에서 구입한 모든 승차권을 복권으로 응모가 가능해 청소년들의 사행심을 조장할 우려도 있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도 "확률이 너무 낮는 등 문제가 많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지만 홍보 효과가 있을 것 같아 그대로 추진키로 했다" 고 실토했다.

김성탁 기자 sunt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