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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이방인 아닌 우리 이웃, 외국인 126만 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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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강병철
사회부문 기자

‘외국인 126만 명 글로벌 동거시대’ 시리즈 기사(본지 7월 10, 11일자)를 취재하면서 2001년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서울에서 중국인이 즐겨 찾는 양꼬치구이를 먹을 수 있는 곳은 가리봉동 일대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곳곳에 양꼬치집이 있다. 건국대 입구에 가 보니 60여 개 전문점과 훠궈(중국식 샤부샤부)집이 모여 신(新)차이나타운을 형성하고 있었다. 경남 거제 옥포동에 ‘노르웨이 마을’이 생기고,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에 주말마다 외국인 5만 명이 몰리는 것도 신기했다. 충북 청원군에는 일본인 반장이 뽑혔고, 경기도 포천시 소홀읍엔 이슬람사원이 세워졌다. 방방곡곡에 외국인들이 이방인이 아닌 우리 이웃으로 살고 있는 현장이었다.

 10년 전 없던 통계도 잡혀 변화상을 볼 수 있었다. 당시엔 출입국 통계만 있을 뿐 거주자 수치가 없었다. 정부는 2006년부터 국내 거주 외국인 수를 조사했다. 이젠 126만 명의 외국인이 살아 국내 인구의 2.5%를 차지했다. 취재 과정에서 외국인이 300명 이상 거주하는 읍·면·동이 전국 103곳에 이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스포츠 무대는 외국인들이 더 익숙하다. 카림 가르시아(야구), 조니 맥도웰(농구), 가빈 슈미트(배구)는 내국인 선수 못지않은 인기를 모았다. 올 5월 축구선수 에닝요의 귀화 논란은 외국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결국 특별귀화에는 실패했지만 외국인을 국가대표로 뽑을 수 있다는 스포츠계의 변화된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사회 변화상과는 달리 정부 정책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정부의 외국인 정책이 결혼 이민자 중심의 다문화가정 지원에 집중돼 있는 한계가 있었다. 외국인 밀집촌을 어떻게 우리와 더불어 살 수 있는 공동체로 발전시킬지, 관광자원으로 육성할지에 대한 고민이 적어 보였다.

 하지만 변화도 발견할 수 있었다.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의 외국인 특별순찰대가 공존 해법의 시초다. 특별순찰대는 범죄율이 높은 지역에 자체 인력만으론 방범활동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경찰의 제안에 따라 올 3월 출범했다. 외국인에게 담을 쌓는 것이 아니라 거주민으로서 책임감을 부여해 공동체의식을 갖게 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순찰대가 활동한 이후 원곡동 외국인 범죄 발생 건수가 1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한국은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20-50클럽(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에 가입한 국가로 성장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국내 거주 외국인의 삶과 문화를 사회에 녹여내는 공존의 해법을 찾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정부와 자치단체, 사회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