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뮤지컬 팬이 감정에 제일 솔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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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뮤지컬 작곡가 실버스터 르베이(67·독일·사진). 조금은 낯선 이름이다. 그 역시 2년 전만 해도 한국이란 나라는 생경했다. 하지만 2010년 그가 작곡한 뮤지컬 ‘모차르트!’가 한국에서 대박을 터뜨리면서 반전은 시작됐다. 노년에 갑작스레 찾아온 사랑처럼, 르베이에게 한국은 약속의 땅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2012년, 르베이 작곡 ‘엘리자벳’이 상반기 최고 흥행 뮤지컬로, ‘더 뮤지컬 어워즈’ 최다 수상작이 되면서 르베이는 한국에서 앤드류 로이드 웨버(캣츠, 오페라의 유령 작곡가) 부럽지 않은 뮤지컬 작곡가로 우뚝 섰다. 뮤지컬 ‘모차르트!’ 개막(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하루 앞둔 9일 르베이를 만났다. 다섯 번째 내한이다.

 -‘엘리자벳’이 제6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올해의 뮤지컬’ 등 8개 부문을 수상해 최다 수상작이 됐다.

 “전화로 소식을 듣고 소름이 끼쳤다. 진심으로 내 인생 중 가장 특별했던 순간이었다. ‘엘리자벳’은 20년 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됐다. 독일·스위스 등 유럽과 일본에서 공연됐고, 흥행이 잘 됐다. 이런 저런 수상을 했지만, 한 나라에서 이토록 많은 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무엇보다 한국판 ‘엘리자벳’은 기존 공연의 뼈대만 유지한 채 세트·캐릭터·흐름 등 많은 걸 달리한 새 버전이었다. 그 변화를 인정받았다는 것이 감격스럽고, 한국 제작사에게 감사했다.”

 - 당신의 작품이 한국에서 호응을 얻는 이유는 무엇인지.

 “한국 관객의 안목이 높기 때문이 아닐까(웃음). 한국 만큼 감정에 솔직한 관객을 본 적이 없다. 공연장에서 나를 보고 적극적으로 작품에 대한 감상평을 해 나를 놀라게 하곤 했다. 물론 특정 관객을 위해 작품을 만들진 않는다. 누구나 삶에서 느끼는 보편적 감성을 찾아, 그것에 감정 이입이 되게끔 노력한다. 난 내 작품이 공연장 안보다 밖에서 더 오래 기억되고 음미될 것이라 기대한다.”

 - 한국 배우는 어떤가.

 “여우주연상을 받은 옥주현이 하는 공연을 여러 번 보았다. 그 때마다 행복했다. 연기도, 노래도 옥주현은 전 세계 엘리자벳 중 최고였다. 김준수와는 2010년 ‘모차르트!’를 할 때부터 각별했다. 음악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좋은 친구다. 어린 나이지만 꽤 적지 않은 시련을 겪었다는 점이 그를 모차르트에 몰입하게끔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가 연기한 토드 역시 유혹적이면서 섬세했다. 놀라운 창의력이다.”

 - 다른 작품 ‘레베카’가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다.

 “11월 공식 오픈한다. 히치콕의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었다. 광기·스릴·음모 등이 뒤엉켜 다소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가슴 절절한 사랑 역시 빠지지 않는다. 내년 1월엔 한국에서도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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