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에서 1만 번 스트리밍 받아도 가수 몫 고작 700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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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0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온라인 음악산업 정상화를 위한 음악인 한마당’에서 ‘아름다운 날들’의 가수 장혜진씨가 온라인 음악 산업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가요계 음원 사용료 전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작사·작곡가, 연주자, 가수, 제작자 등으로 구성된 음악생산자연대는 10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세종홀에서 ‘음악산업 정상화를 위한 음악인 한마당’ 공청회를 열었다. 이어 시청광장에서 관련 문화제를 이어갔다. 이들은 “지난 5년간 정부 주도의 초저가 할인정책으로 음원 권리자들이 다운로드 덤핑을 강요 당했다”며 “스탑 덤핑 뮤직(Stop Dumping Music)”을 외쳤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제한 정액제의 그늘=가요계 음원 사용료 전쟁 1라운드는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시작됐다. 소리바다 등 P2P 사이트가 무료로 노래 파일을 배포하기 시작한 게 문제가 됐다.

 하지만 이들 사이트가 2000년대 초반 저작권 논란을 겪으며 유료로 전환하면서 일단락 됐다. 2008년 정부 주도로 음원 사이트에서 초저가 정책이 시행됐다. 월정액 묶음할인상품이 생겨 곡당 다운로드 가격이 600원에서 최대 60원까지 내려갔다.

 무제한 정액제·묶음할인상품은 불법 다운로드 시장을 축소시키고 디지털 음악 시장의 안착을 도왔다. 하지만 획일화된 서비스 방식·가격은 점차 시장 정체를 가져왔다.

 ◆어느 정도 심각하길래=신인 걸그룹 A. 한 음원 사이트에서 월 3000원 무제한 스트리밍제 이용 고객이 이 그룹의 곡을 한 번 스트리밍 했을 때 평균 소비자 판매 가격은 2.8원이다. 이 중 음원 권리자(저작권자·제작사·실연자)에 돌아가는 평균 공급단가는 1.21원. 작곡·작사가(저작권자) 몫 0.14원, 제작사(기획사) 몫 1원이다. 아티스트 몫은 0.07원에 불과하다. 무제한 스트리밍제로 1만 번 스트리밍 됐다 해도 A그룹의 몫은 700원에 불과하다.

 음원 사이트에선 무제한 스트리밍, 무제한 스트리밍에 40곡·150곡 다운로드를 결합한 상품 등 월정액제가 전체 매출의 93%를 차지한다. 인디밴드 번아웃하우스가 2월 발표한 ‘들리니’는 B 사이트에서 한 달간 무제한 스트리밍으로 4579번 재생된 반면 단독 다운로드 구매된 경우는 7건에 그쳤다.

 이런 묶음상품은 가수 등의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일례로 애플 음원사이트인 아이튠즈에선 개별 다운로드·앨범 당 구매만 가능하다. 가격은 1곡 0.69~1.29달러(788~1475원). 이 중 70%가 권리자 몫이다. 한국은 대폭 할인된 가격에서도 권리자 몫이 42.5~54%다.

 이날 공청회에서 인디 음반사 루바토 안정일 대표는 “음악계에선 음원 덤핑이 불법 시장을 없애기 위한 한시적 조치라 믿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 음원의 턱없이 저렴한 덤핑 판매는 음악 생산자를 존폐 위기로 몰아 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또 “월 정액제 가입자 수가 정체되고 있는 한국 음원 시장은 ‘비틀즈’나 ‘서태지’ 같은 특급 메이저 가수가 나와도 시장 크기가 변화하기 어렵다. 특히 무제한 정액제는 스트리밍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음악 가치를 떨어뜨리고, 음악산업의 성장을 막는 모순적 제도”라고 입을 모았다. 음악 신탁 3단체(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한국음원제작자협회)는 올 1월 이 같은 상황을 바로 잡아달라며 문화체육관광부에 징수규정 개정을 신청했다.

 ◆홀드백, 대안인가 꼼수인가=지난달 8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음악 전송사용료 징수규정 개정 승인계획안’을 발표했다. 먼저 묶음 다운로드 상품의 할인율을 조정해 최대 75%를 넘지 않도록 했다. 100곡 이상 묶음 상품 이용 시 곡당 판매가는 현재 60원에서 2016년에는 150원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홀드백 제도를 신설했다. 음원제작자가 자신의 음원을 일정 기간 무제한 스트리밍·묶음할인상품에서 제외할 수 있게 한 것. “홀드백 신설로 사실상 음원 종량제 형태로 가고 있다”는 게 문화부의 설명이다. 유통사업자 대비 권리자의 수익분배율도 소폭 높였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음원 권리자들은 “개정안은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 과도한 덤핑을 해결하지 못했다. 또 홀드백은 업계 반발을 피해 가려는 꼼수일 뿐 실현 가능성 없다”는 입장이다. 음원 사이트 순위가 TV 음악 프로그램 순위 책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음원에 홀드백을 적용하는 것은 음악 프로그램 진출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주장이다. 음악생산자연대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스탑 덤핑 뮤직’ 캠페인을 계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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