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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파산 우려되는 가계빚 급증

중앙일보

입력

가계대출이 매우 급속히 늘고 있어 자칫하면 가계파산이 속출하고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 같아 걱정이다.

어제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가계대출은 지난 한 해 동안 48조원 늘었다. 판매신용까지 합치면 지난 한 해 동안 늘어난 가계신용은 모두 51조원으로 1999년 30조원 증가, 98년 27조원 감소 등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또 전체 금융기관 대출 중 가계대출 비중이 지난해 말 50%에 육박해 가계파산이 전면화할 경우 기업대출 부실로 멍든 금융기관이 다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가계신용의 증가 자체를 걱정하지 않는다. 빌린 돈은 소비.투자.창업자금 등으로 순환하면서 경제성장에 기여한다.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때 홀대받은 경험이 누구나 한번씩 있을 정도로 국내의 소비자 금융도 매우 낙후해 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가계신용의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실업 1백만명 시대에 돌입했고 미국과 일본의 경착륙 가능성이 커져 경기침체 장기화가 우려되는 지금, 가계신용의 급증은 자칫하면 가계파산 속출 →소비침체 →경기침체 지속 →가계파산의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또 지난해 개인 주식투자자 중 40%가 금융기관에서 차입해 투자했다는 보도도 있어 증시침체가 지속될 경우 파산 가능성은 더 커진다.

둘째로 우려되는 것은 가계신용의 증가가 상당부분 카드대출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연금리가 20%를 훨씬 웃도는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의 경우 99년엔 2조원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무려 8조원 가량 늘었는데, 이는 곧 은행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가계신용이 늘어나도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신용카드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대출금리 및 수수료 인하 명령에 반발만 할 게 아니라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소비자 파산제도를 재정비, 파산하면 직장도 잃고 재취직도 불가능한 제약을 고칠 필요는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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