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사업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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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새만금사업 추진여부에 대해 투명하고 공정한 검토와 논의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이 사업이 또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몇차례 연기를 거듭한 끝에 이달말 총리가 주재하는 물관리정책조정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 새만금 사업 추진여부에 대한 정부방침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최종발표를 열흘도 채 안 남은 시점에서 대통령 자문기구가 새만금 사업추진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결론을 발표함으로써 이를 계기로 이달말 정부방침 발표가 또다시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자문기구에는 20명의 민간위원들 뿐만아니라 농림, 환경, 해양수산 등관련 11개 부처 장관과 국무조정실장, 복지노동수석 등 13명의 당연직 정부위원이 참여했기 때문에 그 결론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사업시행부서인 농림부는 새만금사업 논의를 연장해야 한다는 지속가능위의 의견은 시기적으로는 물론 형식면에서나 내용면에서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공식의견을 냈다.

◇지속가능위 의견= 지속가능위는 그동안 새만금사업 계속 추진여부의 잣대가 됐던 민관공동조사단의 보고서가 미흡하다는 판단하에 이 사업을 검토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부가 당초 새만금 환경영향 민관공동조사단을 구성해 그 조사결과에 따라 사업의 계속 추진여부를 결정코자 했으나 조사단보고서는 쟁점에 대한 토론과 합의절차가 미흡해 사회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속가능위는 그동안 가장 큰 쟁점에 됐던 수질문제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대책과 예산을 투자해도 만경강 수역의 수질기준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환경부의 검토결과가 현 시점에서 가장 객관적인 자료와 평가로 판단된다"며 환경부의 손을 들어줬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1차 보고서에서 "수질측면에서는 동진수역의 연평균 수질은 4급수 수준으로 예측되나 만경수역은 수질관리상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예상된다"고 밝혔고 지난 2월 2차 보고서에서도 농림부가 마련한 추가수질보전대책으로 수질개선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갯벌 가치에 대해선 여러가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서식지 상실로인한 철새보호방안, 어패류 생산에 미치는 영향, 하구갯벌의 특성과 가치 등에 대한객관적 검토가 필요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이 사업에 대한 민관공동조사단의 경제성 평가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비용과 편익 분석 항목의 선정과 가치 평가 방법에 대해 조사단원들 내에서도 충분한 논의나 의견접근이 없는 등 사업의 경제성 판단기준으로 사용하기에는 객관성과 정밀성이 미흡해 좀더 충분한 토론과 검증과정이 요구된다고 지속가능위는 밝혔다.

이밖에 간척토지의 용도와 관련해 시행부서인 농림부와 전라북도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이해관계자간의 선명한 합의과정이 요구된다는 의견을 냈다.

농림부는 간척지를 농지로 개발할 계획이지만 전북도에서는 복합산업단지로 개발해 지역발전을 도모하자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속가능위는 또 농림부가 최근 제시한 만경강-동진강 유역 분리 및 부분 추진방안, 동진수역 우선 시행방안 등도 충분한 논의없이 제시된 것으로 정책결정에 앞서 관련 대책 및 대안에 대한 면밀한 타당성 검토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농림부 반박의견과 사업 전망= 사업시행 부서인 농림부는 새만금사업 추진여부에 대한 논의는 그동안 충분히이뤄졌기 때문에 이제 결론을 내려야할 시점이라는 입장이다.

환경단체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99년5월부터 정부기관과 민간 전문가 30여명이 참여하는 민관공동조사단을 1년2개월동안 운영했고 이를 토대로 8개월이상 총리실과 농림부, 환경부, 해양부 등 관련부처 검토작업을 거치는 등 논의는 충분했다는 것이다.

농림부는 따라서 너무 많은 논쟁으로 국력을 소모하고 불필요한 갈등과 불신을 야기시키지 말고 하루빨리 사업 추진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려 사업성공을 위해 모두노력해야할 때라고 지속가능위의 의견을 반박했다.

농림부 관계자들은 지속가능위가 자문기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책결정에 참고는 할 수 있으나 결정적인 판단근거는 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손정수 농림부 농촌개발국장은 "지속가능위 민간위원들 가운데 그동안 환경문제에 관여한 위원들이 많기 때문에 환경단체들의 의견이 결론에 많이 반영된 것으로보인다"면서 "이제는 지루한 논쟁을 끝내고 사업을 중단하든지 아니면 계속 추진하든지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갯벌 가치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위해 새만금 사업을 당분간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던 해양수산부는 지속가능발전위의 결론에 공감대를 보이며 사업 보류로 방향을 맞추고 있다.

이용우 해양수산부 해양정책국장은 "새만금 사업에 대한 해양수산부의 견해는 이미 공개된만큼 새삼스레 지속가능위의 결론에 따로 의견을 낼 입장은 아니다"면서"각 정부 부처의 의견을 종합한 결론이 내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그러나 지속가능위가 자문기구로서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합리적인 정책결정과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검토, 논의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각 정부 부처의 의견을 모아 종합적인 결론을 내려야할 총리실은 이날 아침부터새만금사업 관련부서 책임자들이 모여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서울=연합뉴스) 최재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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